권익위 “감사원·대법원장 공관, 법 위반 아냐…명확한 규정은 필요”
국민권익위원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공관 사용 신고 사건과 관련해 모두 법령이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관의 운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신고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 원장과 김 대법원장이 공관 사용 과정에서 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신고 내용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최 감사원장이 취임 이후 공관 개·보수에 예산을 과다 사용하고 쪼개기 계약을 하는 등 부패행위가 있었다며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먼저 감사원이 감사원장 공관 개·보수 공사에서 ‘자산취득비’로 구매해야 할 물품을 ‘일반수용비’로 구매해 예산을 목적 외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패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 부위원장은 “예산을 전용한 것이 규정 위반은 맞지만, ‘(기관) 재산상 손실’과 ‘(개인) 이득’이 확인되지 않아 부패행위로 연결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이미 관련 부서에 주의 조치를 내렸고, 구매 물품을 관리대장에 올려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권익위는 또 감사원이 화장실 샤워부스 설치에 1000여만원을 쓰는 등 예산을 낭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노후 시설을 수리하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예산이었다며 “낭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퍼걸러(그늘쉼터)와 하부 데크 공사를 분리해 발주하는 과정이 ‘수의계약을 위한 쪼개기 계약’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을 준수해 이뤄졌다고 봤다. 감사원이 원장 공관 수도·전기 요금 등 관리비를 감사원 예산으로 집행한 것도 부패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현직 판사인 아들 부부를 대법원장 공관에 무상으로 살 수 있게 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 대법원장 아들 부부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대법원장 공관에 살았는데, 이를 두고 아들 부부가 2017년 9월 서울 신반포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고가의 분양대금 마련을 위해 공관에 입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논란은 앞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했으나 작년 12월 무혐의 처분됐다. 올해 4월 다른 신고자가 권익위에 신고해 공무원 행동강령이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가 진행됐다. 권익위는 “사회 통념상 결혼한 자녀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형태를 이례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이 고액의 공관 리모델링을 지시해 예산을 부적정하게 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감사원이 2019년 법원행정처에 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고 부패행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권익위는 김 대법원장이 공관에 손자 놀이터를 설치하는 데도 자비를 쓴 것으로 확인했다. 김 대법원장 며느리가 자신의 회사 법무팀 관계자들과 공관에서 만찬을 한 것에 대해선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라며 “달리 특혜 제공의 동기가 없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헌법기관장과 중앙행정기관장의 공관 운영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또 약 6개월간의 조사에서 감사원과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도 않았다고 정 부위원장은 전했다.
정 부위원장은 “감사원장 공관 등은 건물 면적이 크고 요리사, 청소직원 등이 함께 거주하며 모두 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논의를 거쳐서 제도 개선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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