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하수관으로 만든 무기?… 러군 속인 우크라 ‘미끼 무기’ 대활약

정채빈 기자 2023. 9. 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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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미국산 곡사포 M777을 발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1년 6개월이 넘도록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가짜 무기’를 생산 중이다. 러시아의 화력을 소모하는 것이 목적인 이 무기들은 배치되자마자 러시아군의 오인 사격을 유도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CNN은 적군의 탄약과 미사일 등 화력을 소진시키는 것이 목적인 디코이(가짜 무기)를 제작하는 우크라이나 철강업체 멧인베스트에 대해 소개했다.

멧인베스트는 우크라이나 중부의 한 작업장에서 자사 직원을 동원해 D-20 곡사포, 미국산 M777 곡사포, 방공 레이더 등 여러 무기의 복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 업체는 러시아의 침공 전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 및 광산회사이지만, 무기를 제작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나라를 위해 가짜 무기 생산에 뛰어들었다.

멧인베스트는 가짜 무기가 가능한 한 빨리 파괴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업체는 “가짜 무기의 첫 번째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러시아군을 속여 값비싼 드론, 포탄, 미사일을 낭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며 “드론과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우리 제품을 파괴하기 위해 러시아는 돈을 쓰게 된다”고 했다. 한 예로 M777 곡사포의 실제 가격은 수백만 달러인데, 복제품은 오래된 하수관 등으로 만들어져 약 1000달러(약 132만원) 미만의 비용만 든다고 한다.

이 가짜 무기들은 전장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실패한 제품이 된다. 멧인베스트는 “한 제품이 너무 오랫동안 전장에 머물러 있으면 가짜 무기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며 “새 모델을 내보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생산된 제품의 수량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파괴된 가짜 무기 수를 센다”며 “우리의 미끼 무기가 빨리 파괴될수록 회사에는 더 이득이 된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무기를 만드는 모습./가디언

멧인베스트는 지금까지 가짜 무기 수 백개가 파괴됐으며, 우크라이나군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가짜 무기를 생산하는 기술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멧인베스트는 ‘공격해야 하는 무기’처럼 만들기 위해 값싼 합판 외에 금속도 사용하고, 러시아군의 열추적 레이더를 속이기 위해 발열 장치를 넣기도 한다. 멧인베스트는 “초기에 생산한 가짜 무기들은 상당히 조잡했다”며 “회사 직원들은 우크라이나가 실제보다 더 무장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복제품을 만들어 최전선으로 보냈다. 이후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가에 여러 무기들이 도착하면서 가짜 무기 또한 정교해졌다”고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가짜 무기’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만큼 길다. 트로이 목마로 시작해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이 사용한 가짜 탱크(Blow-up tank)는 큰 성과를 거뒀다. 또 당시 미국은 제23본부 특수부대라는 ‘유령 군대’까지 운용했는데, 이들은 대규모 군대 이동을 모방하기 위해 사운드 효과, 가짜 무선 신호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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