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신부의 행복 바라던 붉은 옷…RM이 후원한 활옷 공개(종합)
비단 위 화려한 자수 장식 눈길…"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의 정수"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8월에 피는 잇꽃(紅花·홍화)으로 수십 번 염색하며 얻은 대홍(大紅)색은 붉은빛이 진하다.
진홍(眞紅), 목홍(木紅), 토홍(土紅) 등 다른 색보다 붉고, 색을 내기도 힘들다.
조선시대에는 이처럼 귀하게 얻은 붉은 비단 위에 봉황, 원앙, 꽃 등 갖가지 문양을 수놓고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혼례의 주인공에게 허락된 붉은 활옷이다.
조선 왕실의 여성들이 입은 '웨딩드레스' 활옷을 조명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달 15일부터 조선시대 활옷과 관련 유물 총 11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활옷 만개(滿開) - 조선 왕실 여성 혼례복'을 선보인다.
활옷은 우리 고유 복식의 전통을 이은 긴 겉옷을 뜻한다.
조선 왕실에서는 길이가 긴 홍색 옷이라는 뜻에서 '홍장삼'(紅長衫)으로 기록했는데, 훗날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혼례를 올릴 때 신부가 입는 예복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에 30여 점, 국외에 20여 점 등 50여 점의 활옷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한다.
이경훈 문화재청 차장은 전시 개막에 앞서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활옷은 조선 왕실 의례복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문화의 정수"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조선 왕실의 혼례와 그 절차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관람객들은 왕실 혼례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국혼정례'(國婚定例), 순조(재위 1800∼1834)의 셋째 딸 덕온공주(1822∼1844)의 혼례 과정과 혼수품을 기록한 문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혼례 때 신부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던 둥근 모양의 부채, 해 질 녘에 시작하는 동뢰연에서 어둠을 밝히고 엄숙함을 더하던 촛대 등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활옷 9점이다.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가 입었던 활옷을 비롯해 미국 필드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등이 소장한 다양한 활옷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활옷은 처음 공개돼 주목할 만하다.
이 활옷은 2021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문화유산 보존·복원을 위해 써달라고 낸 기부금 1억원으로 보존 처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진한 붉은 빛 비단에 연꽃, 모란, 봉황, 백로, 나비 등 부부의 해로와 행복을 비는 여러 무늬를 수놓은 예복으로, 현존하는 활옷 유물 중에서도 문화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현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난해 10월에 국내로 들여와 자수 주변 밑단을 정리하고, 전체적인 얼룩과 접착제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RM은 지난 6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보존 처리를 마친 활옷을 통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우수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활옷을 만드는 사람과 이들의 노력에도 주목한다.
임금의 의복을 만들고 궁 안의 재물 등을 관리하던 상의원(尙衣院)과 이곳에서 일하던 장인이 어떻게 활옷을 만들었는지 과정을 찬찬히 짚는다.
소매 뒷면에 '홍장삼 수초 뎌동궁'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는 '덕온공주 홍장삼 자수본'은 옷감에 수놓을 도안과 완성된 활옷을 견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자료다.
전시실에서는 치마, 저고리 등을 받쳐 입은 뒤 마지막 겉옷으로 활옷을 입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활옷 자수를 활용한 매체예술(미디어 아트)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은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통 복식과 조선 왕실 여성들의 혼례 문화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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