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이라고?" 본인도 놀란 '미친 호수비'...상대 더그아웃을 보며 물어본 김광현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그라운드의 모든 선수들이 깜짝 놀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김광현(35)도 믿기지 않는 듯 머쓱은 미소를 지으며 KT 더그아웃을 보며 상대 선수에게 "아웃이야?"라고 물어봤다.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는 김광현과 벤자민의 명품 투수전으로 야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6회에 나온 김광현의 호수비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명장면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6회초 2사 1.3루에서 KT 박병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을 한 뒤 김광현이 이닝을 본인 힘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배정대를 상대했다. 투구 수는 이미 104개로 한계에 다다랐고 체력적으로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김광현은 6회부터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고 KT 타자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고 공략하고 있었다.
2사 1.3루, 2볼 2스트라이크에서 김광현은 또다시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번에도 체인지업은 밋밋하게 떨어지며 가운데로 몰렸고 배정대는 힘껏 당겨쳤다. 하지만 타구는 빗맞았고 3루쪽 투수 옆으로 굴러갔다. 타자가 발 빠른 배정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내야안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때 보고도 믿기 힘든 수비가 나왔다. 김광현은 중심을 잃은 채 포구했고 한 바퀴 돌며 러닝 스로우로 점프하며 1루로 송구했다. 배정대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지만 아웃되는 골드글러브급 환상적인 수비였다. 김광현이 놀라운 수비가 성공하자 그라운드에 있던 양 팀 선수들과 코치는 할 말을 잃은 듯 제 자리에 서서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한편 송구한 뒤 중심을 잃으며 1루심의 판정을 보지 못한 김광현은 3루 KT 더그아웃을 보며 상대 선수들에게 "아웃이야?"라고 물어보는 재미있는 모습도 보였다. 김광현의 멋진 수비에 KT 벤자민은 그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최고였어"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비록 실점하긴 했지만 이날 김광현의 투구는 투혼을 발휘한 역투였다. 1회부터 "으악"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전력투구했고, 최고구속 149km를 찍으며 6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12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하지만 타선의 득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시즌 7패 (7승)째를 당했다.
김광현은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으로 이뤄낸 호수비까지 35살인 그가 왜 아직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인지 보여줬다.
[골든글러브급 호수비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김광현. / 인천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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