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어떤 밴드 멤버가 지옥 생각난다 했다는데" 발언 논란
오염수 방출 우려한 자우림에 '개념없는 개념 정치인', '카르텔' 비판까지
3년전 "삼중수소 암유발, 방류후 1년만에 동해안 흘러와…국제소송해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지옥'이라 비판한 가수 자우림의 김윤아를 빗대어 “개념없는 개념 연예인”이라며 “이권 카르텔, 따돌림 탓”이라고 비판했다.
노사연씨의 윤석열 대통령 부친 조문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견해를 밝힌 연예인을 개념없다고 비하하는 것은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 대표는 일본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3년 전엔 국회에서 삼중수소가 암을 유발하고, 1년 만에 동해안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연구도 언급하면서 오염수 배출 금지 요구 국제소송까지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연예인을 풍자하는 것도 좋지만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말이 상황에 따라 자꾸 바뀌는 것을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사)문화자유행동'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광우병 반대시위 당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때 어떤 배우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 넣겠다'고 하면서 개념 연예인이라고 하는 평가가, 그게 무슨 개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기가 막힌 일들을 눈으로 목도한 바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이어 “최근에는 또 어떤 밴드의 멤버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후에 '지옥이 생각난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서 또 '개념정치인이다'(라고) 얘기하더라”며 “개념 없는 개념 정치인(연예인)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두고 “결국 불이익, 따돌림, 낙인찍기, 자기들끼리 이권 나눠먹기 카르텔, 이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나름의 추측을 해본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노사연 가수의 자매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의 빈소에 조문했다고 해서 집단 따돌림과 욕설을 당해야 하나. 그것이 과연 올바른 사회인가”라며 “작가 김훈 선생님께서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에 대해서 비판적인 글을 썼다고 해서 '노망기가 들었다'느니, '절필하라'라느니 이런 폭언을 들어야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런 사회는 결코 선순환 사회가 아니고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될 악습”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 이상 문화예술에 의해 비틀림을 당하지 않도록 힘을 합쳐야 될 것이고 그 출발점이 오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 스스로 3년 전만 해도 공개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적극 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10월26일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관련인데 이게 ALPS라 고 하는 다핵종 제거 설비로 여과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삼중수소(tritium)가 남아 있고 이것은 각종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현재의 기술로는 그것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일본이 지금은 잠시 보류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것을 방류할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우리 위원실에서 정부 측에 '우리나라에 영향이 어떻게 미치느냐?'고 물어봤더니 '정확한 정보가 없어 예단하기 어렵다' 이렇게 답변을 보내 왔고, 그린피스는 '1년에서 2년 사이에 동해로 유입될 것이다' 이렇게 예측하고 있고, 일본의 가나자와대학과 후쿠시마대학에서 2018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일본의 그 오염수가 1년 정도 걸려서 동해로 흘러 들어오더라' 이런 공식 발표까지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를 두고 “우리 정부는 계속 내부 논의만 지속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고 계신데, 일본은 호소카와 일본 총리가 1993년에 러시아 해군이 수백톤의 저준위 핵폐기물을 해양 방류할 때 강력 항의를 했고 그래서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추가적인 폐기 조치, 방류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만들어서 양자 담판을 통해서 그 서명서를 받아 내기도 했다”며 “유엔해양법협약 제207조에 의하면 육상 오염원에 대한 해양 오염을 방지할 의무가 각국에 부과돼 있다”고 전례를 들었다. 김 대표는 “따라서 국제 소송과 가처분 신청도 해야 될 것이고, 적어도 국회에서 오염수 배출을 방지하기 위한 그런 금지하는 요구안에 대해서 외교부가 찬성하는 입장을 가져야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후 김 대표는 결의안에도 이름을 넣었다.
앞서 자우림의 김윤아는 일본 후쿠시마 방류 결정일자로 정해진 지난달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RIP 地球'라는 이미지와 함께 “며칠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블레이드러너 +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방사능 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썼다.
김윤아는 트위터에도 중학교 과학, 물의 순환 단원에 “해양 오염의 문제는 생선과 김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쓰면서 “생선을 앞세워 최악의 해양 오염 사태는 반찬 선택 범위의 문제로 한없이 작게 찌그러진다”고 적기도 했다.
김윤아는 25일엔 바다 숲을 이루는 바다 식물들이 방사능폐수를 만난 뒤 어떻게 변화할지, 그 다음 지구 온난화의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폭주하게될지 생각하면 할수록 공포만 남습니다“라고 우려했다.
김윤아의 이 같은 트위터글엔 지지와 응원의 댓글 뿐 아니라 많은 비난과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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