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고은 시집 판매 재개··· 90세 헌정문집 행사도 열려

김종목 기자 2023. 9. 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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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사 “출판의 자유는 당연한 권리”
‘헌정문집’ 발간위 김학민·유시춘·유홍준·임진택·황대권 이름 올려
‘90세 헌정문집 발간 기념회’ 문화예술인 200여 명 참여

고은 시인 시집 <무의 노래> 판매가 재개됐다. 지난 1월 출간 소식이 알려진 뒤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과 없는 출간 등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실천문학사는 같은 달 <무의 노래>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

교보문고 측은 “출판사에서 공급 재개를 알려와 7월20일쯤부터 다시 주문 판매에 들어갔다”고 13일 알렸다. 주요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보면, <무의 노래> 소개와 주문 페이지가 나온다. 교보문고 측은 “책 물량을 미리 준비하거나 오프라인 서점에 갖다 놓지는 않았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준비해 판다”고 했다. “공급과 판매 재개 이후 판매량은 미미하다”고도 밝혔다.

앞서 실천문학사는 지난 1월20일 윤한룡 대표 이름의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시집 공급 중단과 계간지 ‘실천문학’을 1년간 휴간하겠다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출간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도 밝혔다.


☞ 성추행 폭로 후 5년···고은, 사과 한마디 없이 문단 복귀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2301091220001

공급 재개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4월21일~5월4일 ‘출판의 자유권에 대한 설문조사’, 5월4~20일 ‘출판의 자유권리 억압 사태에 대한 원인 분석 설문조사’, 6월5~19일 ‘왜 하필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만 가지고 그러는지요?’라는 제목으로 실시했다. 실천문학사는 계간 ‘실천문학’도 봄·여름호(147호)도 냈다.

실천문학사는 설문조사 때 “개인이나 출판사나 표현의 자유 권리를 누리는 것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지극히 당연한 기본권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기본권리가 범죄시되고 억압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서 본사는 순수시집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으며, 문예지도 잠정 휴간 상태입니다”라고 했다.

최영미 시인 고발로 성추행이 알려진 뒤인 2018년 3월 12일 서울시 관계자들이 고은 시인의 육필 원고, 도서, 필기구 등을 전시한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내 만인의 방을 철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설문조사 결과와 공급 재개 입장을 물으려 실천문학사에 전화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오전에 보낸 e메일은 오후 4시 기준 수신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실천문학사는 지난해 말 <무의 노래>를 내놓았다. 고 시인 등단 65주년을 맞아 출간했다고 한다.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도 함께 출판했다. 계간 ‘실천문학’ 겨울호(146호)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에 고 시인이 쓴 추모시 ‘김성동을 곡함’을 실었다. 성추행 사실에 관한 사과나 말은 없었다.

고은 시인 <무의 노래> 소개 ·주문 페이지. 출처: 교보문고 홈페이지

고 시인은 2018년 성추행 사실이 알려진 뒤 연재 등 글쓰기를 중단했다. 사실상의 문단 복귀를 두고 “문단 미투 이후 겪은 여러 진통과 안전한 예술환경을 위해 시도한 여러 노력을 무화하는 출간이다. 예술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은 더 이상 허용되어선 안 되며 이를 되돌릴 수는 없다”(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 같은 비판이 나왔다.

고 시인 구순을 기리는 문집 헌정 행사도 열렸다. 문학전문지 뉴스페이퍼와 시사경제주간지 더스쿠프는 지난 7월26일 경기 양평 두물머리생태학교에서 열린 ‘고은 선생 90세 헌정문집 발간 기념회’ 소식을 전했다. 문집은 <그리움 너머 그가 있네>(동쪽나라)다. 행사엔 200여명의 문인, 예술인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매체들은 헌정 문집 발간위원회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유시춘 EBS 이사장, 임진택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황대권 작가, 이승철 한국작가회의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김학민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고 한다.


☞ ‘성추문’ 고은 시인에게 헌정문집 바친 문단 사람들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867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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