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지사장이었다"…비리 얼룩 5·18공법단체 회장단 양심 고백

이수민 기자 조현우 인턴기자 2023. 9. 13. 12: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 사업단장 이모씨가 보조금·후원금 횡령했다" 의혹 제기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부상자회가 13일 오전 10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최근 제기된 단체에 횡령의혹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2023.9.13/뉴스1 ⓒ News1 조현우 인턴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조현우 인턴기자 = 공법단체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단체의 모든 수익사업을 담당한 전 중앙회 사업단장인 이모씨의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두 단체장은 의혹 제기와 더불어 그간 자신들은 단체의 '바지사장'이었을 뿐 사실상 실세인 이모씨의 범죄 행각을 눈 감을 수밖에 없었다며 양심 고백한 뒤 사죄했다.

황일봉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은 13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단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자정쯤 긴급하게 잡힌 일정으로 얼마 전 불거진 5·18단체의 횡령 의혹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두 단체에서는 임원진이 회계장부를 조작해 국가보조금을 사금고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공법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의 모든 수익사업을 담당한 전 중앙회 사업단장인 이모씨와 그 일당이 공모해 국가보조금과 법인카드, 명절선물비 명목, 후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날 이를 토대로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우리(황일봉 부상자회장·정성국 공로자회장)는 단체의 바지사장에 불과했다"며 "이씨가 단체 배후를 조종하고 있다. 최근들어 단체가 한 사람의 사유물로 전락한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들은 지난해 5월 제정된 관련 법률에 의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있다. 보훈처에 승인을 받아 수익사업도 가능하다.

황 회장에 따르면 이씨는 또 다른 임원진인 부상자회 사무총장 A씨와 공로자회 중앙회 조직국장 B씨 등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단체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국가보훈처에서 공법3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가족 명의 개인통장을 이용해 횡령하고, 지인의 자녀를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꾸민 뒤 급여를 지급해 국가 보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부상자회가 13일 오전 10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최근 제기된 단체에 횡령의혹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2023.9.13/뉴스1

단체는 이씨가 이처럼 자유롭게 범죄 행각을 벌인 데에는 그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단체의 실세로 군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과거 전과 이력때문에 직접적으로 회장직에는 나설 수가 없는데 집안에 돈이 많기 때문에 직업이 없거나 일정한 수입이 없는 단체 회원들을 회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성국 부상자회장은 "공법단체로 지정되는 것이 오월단체의 숙원이었는데 되는 과정이 참 어려웠다. 2008~2009년도부터 공법단체가 되려고 준비했는데 당시 보훈처에서 단체 통합을 해오라고 요구했다"며 "그때 전국에 있는 회원들을 모아 통합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었는데 이때 이모씨가 금전적으로 큰 역할을 하면서 세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법단체가 된 후에 이씨는 마치 자신이 회장인 것처럼 모든 부분에 있어서 관여해왔다"며 "과거 성과와 기여도를 고려해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자신 뜻대로 안되면 욕설을 하거나, 음주 상태로 사무실에 와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회장단을 비롯한 회원들 누구도 이를 말리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황일봉 회장은 이씨가 최근 자신을 부상자회 회장직에서 내려오게 하기 위해 지인들과 무리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일부 부상자회 회원들은 황 회장이 자신들의 동의없이 '정율성 공원 반대' 신문 광고를 낸 것에 반발해 상벌위원회를 개최, 징계를 요구한 바있다.

황일봉 회장은 "현 회장단이 이씨의 횡령 의혹 등을 제기하고 불이익을 주려고 하니 갑작스레 자신을 추종하는 이들과 함께 징계위원회를 꾸려 저를 끌어 내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5·18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암 덩어리라고 여겨지는 이씨를 제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공법단체로서 이같은 비리 행각에 연루되고 빨리 고백하지 못해 광주시민들과 다른 유공자들께 죄송하다"며 "관련해서 국가보훈부에서 감사를 받게됐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낱낱히 고백하겠다. 환골탈태하는 오월단체가 되겠다"고 사죄했다.

breat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