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 우회' 과잉대출에…금융당국 결국 '강력 처방'
금융당국이 오늘(13일) 강도 높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과잉 대출이 늘면서 '능력만큼 빌린다'는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인데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 부채' 문제를 자극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일각에서는 DSR을 우회하는 대출이 이미 성행한 상황이었지만, 금융당국이 방관하다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해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가계 대출은 전달보다 5조3천억 원이 늘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은행권의 가계 대출은 8월에 전달보다 5천억 원 줄었는데 은행권은 5조9천억 원이 늘어 가계 대출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7~8월 주요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경쟁적으로 취급하면서 가계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늘었습니다.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은 1~2월에 200억 원, 3월 1천억 원, 4월 2천억 원, 5월 3천억 원, 6월 8천억 원에 불과했는데 7월에 1조8천억 원, 8월 5조1천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 7~8월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은행만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9개 은행에 달했습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단속에 나서자 NH농협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이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제한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DSR 규제 우회' 논란이 제기된 50년 만기 주담대는 올해 총 8조3천억 원이 공급됐으며 이 가운데 6조7천억 원이 7~8월에 집중됐습니다.
대출 구성을 보면 차주 단위 심사가 미비한 집단 대출이 4조5천억 원, 개별 주담대가 3조7천억 원이었습니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 중 집단 대출은 평균 DSR이 50.4%로 규제 기준인 DSR 40%를 초과한 대출이 상당수였습니다.
50년 만기 주담대 이용자는 40~50대가 전체의 57.1%였으며 기존 주택 보유자가 전체의 52%나 차지했으며 2주택 이상 보유자도 18%나 됐습니다.
이처럼 50년 만기 주담대가 집단대출, 다주택자 등에도 무분별하게 취급돼 가계 부채 급증, 투기 수요 유입 등 시장 리스크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아울러 대부분 대출이 고정금리가 아닌 혼합형 또는 변동 금리로 이뤄져 차주가 장기간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해 가계 부채 리스크를 키울 우려까지 있어 결국 금융당국이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이번 가계 부채 대책의 핵심은 장기 주담대 등이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습니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문은 장기 대출의 DSR 등 상환 능력 심사를 내실화하는 것입니다.
실제 상환 능력이 없음에도 장기 대출을 통해 DSR 규제를 피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해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능력 확인이 어려운 경우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했습니다.
은행들에도 40~50년 만기 장기 대출을 취급할 때 위험성을 차주에게 설명하도록 하고 집단대출이나 다주택자 등 가계 부채 확대 위험이 높은 부문에는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또한, 차주의 미래 소득 흐름 등을 고려해 실제 상환 능력 범위 내 상환액과 기간을 설정하도록 유도했습니다.
DSR 산정·적용 방식도 개선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띕니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대출 시 DSR에 가산 금리까지 적용해 대출 가능액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런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금감원이 나서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대한 가계 대출 규제 준수 등 실태 점검에 나서는 것도 과잉 대출을 막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만기 설정 등과 관련해 행정 지도를 하고 은행권 대출 관행 제도 개선과 더불어 현장 점검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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