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클린스만 변호-팀원 챙기기-분위기 잡기…주장 손흥민의 시계는 너무 빨리 흐른다
[스포티비뉴스=뉴캐슬(영국), 이성필 기자] 분명 다리가 걸렸지만, 주심은 외면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억울함에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축구대표팀은 1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렀다.
웨일스를 상대로 수비에 고전하며 0-0 무승부를 기록,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있었다. 그래서 사우디전은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고 가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주장 손흥민은 훈련 자세부터 선수단에 집중을 요구했다. 12일 뉴캐슬 클럽 하우스 훈련에서도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 주기를 바랐다. 대관을 했으니 사용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했다. 엄밀히 따지면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영향 아래 있는 뉴캐슬이기에 한국은 철저한 원정 신분이었다. 멕시코가 미국에 거액을 받고 약속을 깨는 바람에 런던 브렌트포드에서 할 경기를 사우디가 비용 지급을 하고 전세기로 뉴캐슬에 온 피곤한 신세였다.
사우디는 뉴캐슬 클럽하우스 훈련장을 사용하지 못했다. 우리는 초청 입장이었지만, 신속하게 움직여 훈련장을 확보했다. 잔디 상태가 너무 좋아 손흥민도 차두리 코치의 지시에 전체가 기민하게 움직이며 몸을 풀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를 바랐다. 비가 조금씩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영국 날씨에 훈련장 옆을 지나가는 기차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훈련에만 집중했다.
경기도 진지했다. 뉴캐슬 유소년 팬들은 손흥민을 알아보고 계속 "쏜~쏜"을 외쳤다. 양팀 전체를 합쳐 가장 유명한 선수라는 점을 누구도 모르지 않았다. 관중석에서도 영국인들의 손흥민 이름은 계속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의 외유 논란이 키워지는 상황에서 주장 손흥민은 웨일스전이 끝난 뒤 세대교체 중인 대표팀이 아직 과도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정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외부 활동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여론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젓함도 보였다.
사우디전은 중요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 논란과 더불어 손흥민도 주장으로 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얼굴 일부가 합류했고 무엇이든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손흥민은 열정적으로 뛰었다. 빠른 공수 전환으로 사우디 수비를 흔들었다. 물론 사우디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선발 11명 중 8명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이길 당시 뛴 선수들이었다. 촘촘한 수비 대형을 갖추고 드리블이 좋은 손흥민을 웨일스처럼 막으려 애썼다.
그러나 손흥민의 수준은 달랐다. 동료들을 활용하며 움직임을 보여줬고 팬들의 탄성을 끌어냈다. 전반 32분 조규성의 골 과정에서도 이재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패스한 볼을 손흥민이 침투하며 받는 동작을 취해 수비를 앞으로 끌고 갔고 이를 황인범이 잡아 연결한 것이 수비 굴절, 조규성의 머리가 정확하게 골망을 가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신이 충분히 얻고도 남을 페널티킥이 주어지지 않자 주심에게 절절하게 항의하던 손흥민이었다. 사우디가 사실상의 홈이라는 점을 고려한 판정이었기에 아쉬움은 컸지만, 비디오 분석(VAR)을 활용하는 경기가 아니니 방법은 없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1-0으로 이긴 게 아쉬울 정도의 경기 결과였던 것 같다. 많이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첫 승이 정말 중요하고 좀 어려운 첫 승을 한 것 같다"라며 만족을 모르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에 목마르다. 손흥민도 2011 카타르 대회에서는 막내로 3위를 봤고 2015 호주 대회에서는 결승전에서 극적인 골을 넣으며 연장 승부로 몰고 갔지만, 준우승에 울었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는 충격의 8강 탈락이었다. 손흥민에게도 아시안컵은 꼭 해결하고 싶은 숙제와 같은 대회다.
모두를 챙긴 손흥민은 동반 성장을 원했다. 팀의 발전과 유럽에 나온 어린 선수들에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함께 커야 단단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냉정하게 말해서 유럽에 나간다고 대표팀이 무조건 좋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이 그 위치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더 꿈을 향해서 쫓아가는지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라며 흔들리지 않고 정면만 보고 가야 소득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거의 마지막에 선수단 버스로 향하는 손흥민에게 원정 응원을 온 국내 팬들의 함성, 뉴캐슬 유스 선수들의 존경 담긴 이름 연호, 사우디 팬들의 야유가 뒤섞였다. 손흥민은 여유 있게 손을 흔들며 버스에 올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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