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2023] (27) 단국대 이경도 “프로선수들의 투지, 보면서 많이 느꼈다”
#축구에서 농구, 끊임없는 배움
이경도의 본래 꿈은 축구선수였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축구에 재능을 보였으나 키가 크면서 농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초등학교 5학년, 전주 스포츠클럽 농구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팀의 득점 지분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당시 심판이었던 김학섭 코치(現 전주남중 코치) 눈에 띄었다.
여름방학 한 달간 송천초 농구부에서 운동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그의 본가와 송천초의 거리는 전주의 끝에서 끝이었다. 하지만, 개학 3일을 남겨두고 송천초로 향했고 배움에 재미를 느낀 이경도는 농구공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초등학교 졸업 전까진 벤치를 거쳐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 스포츠의 묘미를 알아갔다. 이후 전주남중으로 향한 이경도는 훈련량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전주남중이 훈련량이 정말 많았어요. 쉬어줄 땐 쉬어줬지만, 뛰는 것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사이드 스텝으로 코트를 나비 모양으로 가르는 ‘나비’라는 훈련이 있었는데 끝나고 나면 계단도 못 걸어 다닐 정도였어요(웃음).”
제53회 춘계전국남녀 중고농구연맹전 남중부 1차 결선과 2016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 농구대회 남중부 예선에서 모두 더블더블(27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9스틸, 12점 12리바운드 1어시스트)을 기록했으며 2016 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도 27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올렸다.
득점에 대한 책임감. 이는 팀의 역할보단 선배들의 영향이었다. “1학년 때 선배였던 (신)동혁이 형, (최)성현이 형, (김)형준이 형이 리바운드 잡고 패스받으면 무조건 레이업을 했어요. 벤치에서 그걸 보고 배워서 형들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팀 에이스로 거듭난 이경도는 3학년이 돼서 전주남중 주장을 맡았다. 팀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와중에도 농구에 대한 배움은 이어졌다. 제42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 농구대회 남중부 결승에 오른 전주남중. 상대는 송도중이었다. 평원중이 올라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의 예상을 깨고 만난 송도중은 ‘해볼 만한 상대’였다.
그러나 결과는 79-103 대패였다. 초반부터 몰아붙인 송도중의 기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가 기록한 18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가 빛바래진 순간이었다. 분함은 잠시, 이경도는 상대를 인정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되돌아봤다. “송도중 선수들이 워낙 잘했어요. 패배해서 분했지만, 상대를 인정했죠. 상대가 잘했던 플레이와 기술들이 꿈에서 아른거리기도 했습니다.”
연계학교인 전주고로 진학한 이경도는 1학년 때 춘계연맹전과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함께 했다. 둘 중 더 기억에 남는 건 체전이라고. 홈에서 개최된 대회인 만큼 기회라고 생각했던 전주고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체전 시작 전 모두 예민할 시기인데 선배들의 의견충돌이 일어났어요. 우승하고 싶은 생각은 똑같은데 표현방식이 달랐고 서로 말하면서 울기도 했습니다.”
결승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8강에서 만난 청주신흥고 최고 득점자가 39점을 꽂아 넣으며 전주고를 위협했고 전주고는 신동혁을 앞세워 6점 차 승리(94-88)를 거뒀다. 4강 상대는 화려한 자원을 자랑하던 용산고였다. 하지만, 전주고는 굴하지 않고 악착같은 수비와 기습적인 공격으로 76-72 승리를 이뤘다.
가장 높은 곳에서 맞닥뜨린 삼일상고. 선배들의 맹활약에 힘을 받은 이경도도 교체 출전해 수비와 궂은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눈물로 시작해 우승으로 장식한 대회. 신입생의 시선에선 감동 그 자체였다.
2학년이 되면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이경도는 팀 내 최고 득점자로 떠오르는 경기가 늘어났다. 그러나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1학년 때까지 슈팅가드와 더불어 포워드 성향이 짙었는데 포인트 가드로 전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연습경기 때 수비수 오재현(SK)한테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상대 수비수가 재현이 형이었는데 제가 아무것도 못 했어요. 코트를 넘어가기도 힘들었고 요령도 없었어요. 저의 2학년 전체에 슬럼프가 왔던 기분이었죠. 경기를 잘 해도 시원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는 성장의 자양분이 됐고 이경도는 흔들림 없이 1년 동안 팀을 이끌 수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며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아쉬움이 무색하게 그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많은 출전시간을 가져갔다. 2021 KUSF 대학농구 U-리그 1차 대회 4경기에서 평균 36분, 15.3점을 만들어내며 이름을 알렸다. 3차 대회는 단국대가 예선 탈락을 했지만, 출전시간은 보장받았다.
포인트 가드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2학년을 거쳐 어느새 3학년을 맞이했다. 올 시즌 단국대가 기록한 4위(9승 5패). 그는 순위에 대한 짧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시즌 시작 전 저희끼리는 ‘플레이오프만 가도 선전했다’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또 감독, 코치님이 ‘너희 플레이오프 갈 수 있겠냐, 3승이라도 할 수 있냐’라며 안 좋게 얘기하기도 하셨죠. 그런데 사람이 욕심이 있잖아요. 마지막 경기(중앙대전)까지 이겼으면 3위였는데…. 다들 너무 이기고 싶어 해서 졌던 것 같아요. 또 중앙대도 준비를 너무 잘했고요.”
이경도는 이런 아쉬움을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지워냈다. 지난달 4일에 마무리된 제78회 전국남녀종별 농구선수권대회에서 단국대가 건국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경도가 대회 MVP로 선정됐다.
“개인상은 초, 중, 고 통틀어 감투상, 우수상 정도 받았었는데 MVP는 처음이었어요. 또 리그 4위가 운으로 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얼리 엔트리를 고민했었다. 올 시즌 종별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점점 확신이 생겼고 프로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졌다. 그 기대감은 어떤 기대감일까.
“프로팀에 가면 학교보다 나이 차이도 더 많이 나고 어렸을 때부터 봐오던 선배들도 있으니까 그런 게 기대되고 신기할 것 같아요. 또 관중분들도 기대돼요. 관중분들의 함성, 그 희열감을 느껴보고 싶네요.”
이경도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길 원했다. 그는 ‘투지’를 강조했다. “제가 여태까지 농구하면서 설렁설렁 뛰어다닌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최선을 다해 뛰었고요. 제 장점이 투지인데 프로 경기, 또 지난 시즌 KBL 플레이오프만 봐도 선수들의 투지가 엄청나더라고요. 다들 프로선수임에도 간절하게 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방황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이행해온 이경도. 과연 그는 ‘투지’를 앞세워 프로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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