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고 은행빚 냈어요"…가계대출 1075조 '역대 최대'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3.6.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8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1070조원대로 올라섰다.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7조원 급증한 것이 요인이다. 전세자금 수요가 줄었지만 2분기 중 이뤄진 주택매매 거래의 자금 수요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75조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과 비교해 한 달 새 6조9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증가 전환한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6조원 △8월 6조9000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었다. 주담대는 지난달 7조원 늘었다. 주담대는 지난 2월 전월 대비 3000억원 감소한 이후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6개월 연속 뛰고 있다. 최근 증가폭은 2020~2021년 부동산 급등기 수준이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자금 수요가 둔화했지만 주택구입 관련 자금 중심으로 큰 폭 증가했다"며 "통상 주택을 계약하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는데 2~3개월 시차가 있어서 5~6월 거래된 자금 수요가 지난달 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인상 소식에 따른 8월에 자금수요 집중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신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취급 등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금통위원)들은 지난달 '전원 일치'로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3.5%)하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비쳤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가계 및 기업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디레버리징은 고통스럽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며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가계부채는 정책금융 지원 등 공급요인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 요인이 중첩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시점에서 금통위가 당장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더욱 가팔라진다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한편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8조2000억원 증가했다. 동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후 지난해 8월(8조7000억원) 다음으로 역대 두번째 큰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대기업대출은 우량 기업의 운전·시설자금 수요 지속 등으로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은행의 기업금융 확대 노력, 법인의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5조2000억원 늘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