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밀레이는 안돼”… 대선 앞둔 아르헨서 지식인들 낙선 운동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르헨티나판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사진)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이어가자, 아르헨티나 지식인들이 ‘밀레이 낙선운동’에 나섰다. 지난 주말 저명한 경제학자 170명은 ‘달러화 도입’ 등 밀레이 후보의 경제공약을 비판하며 반대운동에 나선 데 이어 아르헨티나의 각계 저명인사도 밀레이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2일 암비토를 비롯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아트리스 사를로(작가), 그라시엘라 페르난데스 메이히데(정치인), 오스카르 세트란골로(경제학자), 로베르토 가르가렐라(대학교수) 등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직면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 본선거와 12월 결선투표에서 밀레이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해 줄 것을 호소했다.

현지 언론들은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지성인들이 한목소리로 특정 후보를 뽑아주지 말자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회·정치적 폭력을 조장하고 형평성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독재를 옹호하는 연설을 하는 대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생긴 건 1970년대 독재정권 이후 처음”이라면서 “수년간의 경제난으로 인해 이런 선전·선동이 먹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밀레이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각계 전문 분야별 그룹을 만들어 ‘당선 반대 공공캠페인’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빈민층을 돕는 ‘사회정의’ 교리를 내세운다는 이유로 지난 수년간 교황을 ‘공산주의자’ ‘악마’ 등으로 비난해온 사실이 알려져 가톨릭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처럼 종교계·학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후보는 지난달 13일 치러진 예비 선거에서 ‘깜짝 1위’를 기록한 뒤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30% 이상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