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팬덤 들썩이는 바다와 베이비슬릭이 말해주는 것('스우파2')
[엔터미디어=정덕현]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장난이 아니야. 절대 질 생각 아예 없고 왜냐면 자존심 싸움이라서 언니가 지금 개인으로서는 (리더 계급에서) 메인까지 땄잖아. 근데 이번엔 팀이잖아. 나 혼자만 짠 거 아니잖아. 이번에는. 근데 만약에 팀에서 떨어지면 또 분명 그 소리를 들을 거란 말이지. 아 바다만 있었네. 나 이 이야기 진짜 절대 듣기 싫거든. 너희가 보여줘야 돼. 알았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이하 스우파2)> K팝 데스 매치 미션에서 츠바킬과 맞붙게 된 베베의 리더 바다는 크루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렇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딘지 비장하기까지 한 그 광경에서 이상하게도 김연경 선수가 떠오른다. 바다의 닮은꼴로 얘기됐던 김연경 선수가 팀원들을 독려하는 그런 모습이 바로 그 장면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대 크루가 내놓은 안무를 똑같이 카피해야 하는 룰이 적용되는 K팝 데스 매치 미션. 츠바킬은 아크로바틱에 능하고 탄력이 좋은 유메리를 앞세워 머리로 바닥을 지지한 채 몸을 튕겨 덤블링하는 헤드 스프링 동작을 의도적으로 넣었다. 거의 묘기에 가까운 그 동작을 단 하루만에 연습해서 카피한다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 동작을 맡게 된 베베의 태터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선후공 결정권을 정하는 사전 시연 안무에서 태터는 그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울고 있는 태터에게 바다가 던진 말은 뭉클한 면이 있었다. "못한 거 아니야. 실수한 거잖아. 고개 숙일 필요 없어." 그리고 바다는 태터를 위로하며 빨리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라며 태터는 잘하는 사람이고 더 단단해져야 하며 사람들이 그걸 알아야 한다고 용기를 줬다. 결국 실제 데스 매치 미션에서 태터는 이 동작을 끝내 해내면서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바다의 리더십은 저 김연경 선수처럼 크루원들을 독려하기도 하고 때론 다독이기도 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든다. 전체 크루에서 가장 젊고 요즘 트렌드를 이끄는 팀인 베베는 그만큼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을 이끄는 수장인 바다의 당당한 모습은 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스우파2>에서 지금껏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바다가 떠올랐고, 벌써부터 팬덤 또한 들썩이고 있는데 특히 여성 팬들이 많은 건 그가 보여주는 이런 멋진 모습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정통 힙합 크루 울플러 소속의 베이비슬릭에 대한 팬덤도 심상찮다. 센 언니들의 크루로 코레오그래피에서는 힘을 못 쓰지만 댄스 배틀에서는 결코 지지 않는 승부사들이 모인 이 크루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가 베이비슬릭이다. 댄스 경력만 27년차로 스트릿부터 프리스타일 왁킹, 하우스, 힙합까지 모든 걸 소화해내는 올라운더 댄서인 베이비슬릭은 마흔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전 세계 댄스 배틀에서 여전히 챔피언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댄스 배틀을 하면 상대 크루 리더들도 긴장하게 만드는데 베이비슬릭은 말 그대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보여주곤 한다. 여유 있게 대결하고 끝나고 나서는 패자인 상대의 등도 두드려주는 그런 여유가 느껴진다. <스우파2>에 나와 배틀로 상대할 때 단 한 번도 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베이비슬릭의 진가는 츠바킬과 대결해 첫 번째 탈락팀이 결정되는 탈락배틀에서였다.
5:5 단체배틀에서 츠바킬에게 첫 번째 라운드를 진 상황에서 2라운드 에이스 배틀에 나선 베이비슬릭은 상대팀 대결상대인 유메리와 맞서 3:0으로 이겼고, 3라운드 리더 배틀에서 츠바킬이 이겨 또 리드를 당했지만 4라운드 듀엣 배틀에 미니와 함께 나서 또 2:1로 승리를 가져왔다. 결국 마지막 5라운드에서 울플러가 이겨 끝내 살아남게 된 데는 베이비슬릭이라는 압도적인 댄스 파이터의 존재감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베이비슬릭은 울플러의 리더는 아니지만, 항상 솔선수범해 대결의 전면에 나서고 무엇보다 여유 있고 또 배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매력적이다. 유메리와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와중에 서로 부딪치기까지 한 그 상황에 대해 베이비슬릭은 "이기기는 했는데 압박감이 사실 있었나봐요. 지면 안된다라는 게 너무 있어서 춤을 추다가 부딪치기도 했고 저도 절실했고 유메리님도 절실했던 것 같아요. 되게 이게 격앙된 거지. 절실한 거야. 끝나고 나서 미안했어요."
하지만 베이비슬릭의 손을 들어준 스페셜 저지로 참여한 배윤정은 그에게 "딱히 할 말은 없고 X멋있었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아마도 가장 베이비슬릭을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서 최고의 댄스 파이터로 활동하고 있는데서 나오는 여유가 춤에도 묻어난다고나 할까.
<스우파2>에 '입덕의 바람'이 거세기 불기 시작했다. 바다와 베이비슬릭만이 아니라, 잼 리퍼블릭의 커스틴이나 아쉽게 첫 탈락팀이 됐지만 츠바킬의 리더 아카넨 같은 인물들에 팬덤이 생기기 시작한 것. <스우파2>가 이미 글로벌 투표를 위해 내보낸 '메가크루미션'에 대한 반응은 이미 폭발적이다. 팬덤이 생기는 건 어쩌면 오디션 서바이벌의 궁극적 목표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미 <스우파2>는 시즌1의 뒤를 잇는 성공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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