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타격·OPS 1위? 480일 만에 QS로 막아낸 류현진은 '에이스'였다…뒤늦게 터진 타선, 결국 WC 순위 뒤집힌 TOR (종합)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온 뒤 무려 480일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두 가지 포인트에서 아쉬움이 존재했다. 네 경기 연속 피홈런과 타선의 침묵이다.
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82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수술 복귀 후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나, 시즌 3패째의 멍에를 썼다. 평균자책점은 2.65에서 2.93으로 상승했다.
토미존 수술을 받았던 까닭에 구단으로부터 철저하게 관리받고 있는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쓰는 아쉬움을 맛봤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상대로 4이닝 '노히트' 투구를 펼친 후 시카고 컵스-신시내티 레즈-클리블랜드와 맞대결에서 모두 5이닝 2실점의 탄탄한 투구를 선보이며 개인 3연승을 질주했다.
문제는 9월이었다. 류현진은 커리어 내내 부진한 모습만 보였던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도 5이닝을 단 2실점으로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였고, 직전 등판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맞대결 또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콜로라도전에서는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고, 오클랜드를 상대로는 타선이 침묵하면서 '제 몫'을 다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다.
류현진은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는 가운데 토론토가 가장 힘겨운 상황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게 됐다. 토론토는 13일 경기 전까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에 랭크돼 있었지만, 텍사스와 간격은 0.5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와는 1경기 차로 쫓기고 있었다. 류현진은 토미존 수술 후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였지만, 피홈런 한 방이 너무나도 야속했다.
# 경기 초반 완벽했던 류현진
류현진의 경기 초반은 탄탄함 그 자체였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1회 기록한 볼넷 1개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 마커스 세미엔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뒤 코리 시거까지 2루수 땅볼로 묶어내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강한 '테이블세터'로 꼽을 수 있는 세미엔-시거를 잡아냈다. 이후 로비 그로스먼과 승부에서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타자 미치 가버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워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텍사스 타선은 팀 타율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위, OPS는 3위에 올라있고, 이 지표는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에 해당될 정도로 공격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류현진에게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2회 요나 하임의 3루수 강습 타구에는 캐반 비지오의 호수비의 도움을 받았고, 네이트 로우와 에제키엘 듀란으로 이어지는 후속타자들을 모두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군더더기 없는 투구는 3회에도 계속됐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레오디 타베라스를 1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조나단 오네라스와 승부에서는 5구째 89.9마일(약 144.7km) 포심을 몸쪽으로 꽂아넣어 첫 삼진을 솎아냈다. 그리고 다시 맞붙은 토론토 전 동료 세미엔을 유격수 땅볼로 묶어내면서,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타선을 그야말로 '철벽봉쇄'했다.
# 두 경기 연속 참으로 야속했던 피홈런
류현진은 이날 직전까지 5경기 연속 5이닝 2실점의 탄탄한 투구를 펼치던 중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면 바로 피홈런이었다.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지난달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대결에서 2개의 피홈런을 맞았다. 게다가 지난 2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도 피홈런 한 개를 허용했다. 쿠어스필드의 경우 고산지대에 위치해 타구의 비거리가 더 뻗는 경향이 있지만, 두 경기 연속 피홈런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류현진이 이번 시즌 맞은 피홈런 중 가장 야속했던 홈런은 직전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1-0으로 앞서던 가운데 카를로스 페레즈에게 5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포심 패스트볼을 찔러넣었는데, 이를 공략당해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류현진이 등판했을 때 점수 지원을 넉넉하게 해왔던 토론토 타선은 당시 경기에서 침묵했고, 피홈런은 류현진이 2패째를 떠안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날 류현진이 가장 경계했어야 할 것은 홈런이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3회까지 텍사스 타선을 묶어내던 류현진은 4회초 선두타자 시거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이닝을 출발했다. 첫 피안타. 류현진은 시거에게 커터를 구사해 안타를 허용했었는데, 후속타자 그로스먼에게도 초구에 커터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 공이 그로스먼의 몸쪽이 아닌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쏠리게 됐고,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상대 선발 투수가 '사이영상 3회'에 빛나는 메이저리그 리빙레전드로 불리는 맥스 슈어저였던 만큼 무결점 투구를 펼치던 중 허용한 피홈런의 영향은 컸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하임에게 이날 세 번째 안타를 맞았음에도 실점 없이 텍사스 타선을 묶어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는 점이었다.
# 복귀 후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류현진은 피홈런을 내주고,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홀로 힘겹게 싸워나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의 품격은 빛났다. 류현진은 5회 타베라스를 상대로 이날 가장 빠른 공이었던 90.6마일(약 145.8km) 포심을 몸쪽으로 찔러넣으며 루킹 삼진을 뽑아내더니 오네라스와 세미엔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다시 한번 꽁꽁 묶어내면서 5이닝을 2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토론토의 철저한 관리 속에 5이닝 2실점으로 순항하던 상황에서도 6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류현진은 5회를 마친 시점에서 투구수가 62구에 불과했고, 류현진을 6회에도 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만큼 존 슈나이더 감독은 텍사스의 강타선을 잘 막아내고 있던 류현진에게 6회도 맡기기로 결정했다.
6회 결과는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첫 퀄리티스타트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류현진은 6회 시작과 함께 시거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그로스먼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후속타자 가버에게 안타를 맞아 1, 3루에 봉착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병살타'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플레이였지만, 류현진은 침착하게 하임에게 뜬공을 유도했고, 아웃카운트 1개와 1점을 맞바꾸는 선택을 가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퀄리티스타트가 완성됐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안타를 맞거나 주자를 내보낼 경우 투수를 교체할 뜻으로 불펜을 준비시켰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어지는 2사 1루에서 로우에게 4구째 89.3마일(약 143.7km)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은 코스에 찔러넣으면서 헛스윙을 유도했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냈다. 이로써 류현진은 지난해 5월 21일 신시내티전 이후 480일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게 됐다.
# 또다시 침묵한 토론토의 타선, 최고의 투구에도 떠안은 패전
류현진은 직전 등판에서 오클랜드를 5이닝 2실점으로 묶어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최약체'인 오클랜드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2-5로 무릎을 꿇었고, 류현진 또한 탄탄한 투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2패째의 멍에를 썼다. 이날 투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퀄리티스타트에도 불구하고 토론토 타선은 응답하지 않았다.
슈어저와 류현진의 맞대결. 팽팽한 흐름을 먼저 무너뜨린 것은 텍사스였다. 텍사스는 4회 시거의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루에서 그로스먼이 류현진을 상대로 선제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6회 시거의 2루타와 가버의 안타로 만들어진 1, 3루 찬스에서 하임이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격차를 0-3까지 벌려나갔다.
흐름을 탄 텍사스 타선의 득점 행진은 계속됐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 토론토는 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필승조' 이미 가르시아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가르시아가 타베라스와 조시 스미스에게 연속 2루타를 맞아 간격은 0-4로 벌어졌고, 다시 바통을 넘겨받은 팀 마이자가 시거에게 적시타를 내주면서 승기는 텍사스쪽으로 확연하게 기울었다.
문제는 토론토 타선이었다. 슈어저가 대단한 커리어를 지닌 투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예 공략을 하지 못할 선수는 아니라는 점. 토론토는 2회말 캐빈 비지오와 2루타-달튼 바쇼의 볼넷으로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으면서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게다가 3회에는 1사 1루 찬스에서 보 비셋이 병살타로 고개를 숙였고, 4회 또한 2사 2루의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두 번의 득점권 찬스를 놓친 토론토에게 '기회'도 찾아왔다. 탄탄한 투구를 펼치던 슈어저가 갑작스러운 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간 것. 토론토는 7회말 공격에서 두 점을 만회하면서 텍사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히려 텍사스가 9회초 한 점을 도망가며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토론토는 9회말 슈나이더의 홈런으로 다시 텍사스를 추격했지만, 이미 승기가 넘어간 경기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고, 3-6으로 패했다. 이로써 토론토는 2연패, 텍사스는 4연승을 질주했다.
류현진의 퀄리티스타트에도 불구하고 텍사스에게 패한 토론토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전날(12일) 패배로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텍사스에 0.5경기차로 추격을 당했던 토론토는 이날로 이제는 텍사스를 끌어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LA 에인절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맞대결의 결과에 따라, 3위까지 포스트시즌 티켓을 얻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4위로 밀려날 수도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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