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군대? K-방산 덕분"… '지한파' 주한 폴란드 대사 [김태욱의 세계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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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목받는 국가가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 지원 첨병 역할을 하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K-방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 폴란드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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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외 원전·스마트시티 등 협력 강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프로젝트도
폴란드는 'K-방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124억달러(16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를 수입하며 K-방산의 큰손으로 거듭났다. 덕분에 한국은 지난해 173억달러(약 22조원)라는 역대 최대 방산 수출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 2021년 수출액 72억달러(약 9조6000억원)의 두배 이상이다.
머니S는 양국(한국·폴란드) 협력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8일(한국시각)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사 부임(2017년) 이전 폴란드 바르샤바 경제대학 부총장을 역임한 그는 경북대와 서울대 등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한 지한파다.
그는 "한국은 대단히 특별한 국가"라며 "양국은 방산 외에도 원전과 스마트시티(Smart City) 경영 등에서 협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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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지난 2008년 강의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서울-바르샤바 사이 직항편이 없었다. 직항편은 지난 2016년(10월) 처음 생긴 이후 지난 2017년에는 주 5편으로 증대됐다. 앞으로 양국 직항편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양국 관계는 지난 1989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꾸준히 강화됐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혁신 경제국'이란 점에서 소중하다. 동시에 폴란드는 한국이 유럽연합(EU) 진출을 추진할 때 가교 역할을 했다.
- 방산 이외 협력 강화가 기대되는 분야는.
▶양국은 원전 분야에서 협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수소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물론 수소 에너지는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마이크로칩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사실 AI와 반도체를 제외하고 방산 협력을 논의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시티 경영'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스마트시티로는 송도국제도시가 있다.
- 방금 원전을 언급했다. 폴란드가 한국 원전을 도입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갈등이 자칫 양국(한국·폴란드) 협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분쟁을 겪는다면 이는 해당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놔둬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한국과 미국 모두 폴란드의 강력하고 소중한 협력국이란 점이다.
- 양국(한국·폴란드) 협력은 윤석열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7월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통해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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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부터 양국은 차관급 협의체를 구성해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공동사업 발굴도 본격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는 바르샤바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한국·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우만 등의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병원과 주택 건설 등 인도적인 지원도 적극 추진될 것이다. 다만 현재 재건 논의를 구체화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전쟁이다.
- 한국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을 도울 방법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복구 비용 부담이 커진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재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제한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에 대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이며 객관적인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복원 노력의 성과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우크라이나 각 도시로 분배되지 않으면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지역 경제 지형도 변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고려하면서 재건의 방향·우선순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재건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이미 우크라이나부흥회의(URC)를 비롯한 여러 논의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누가 재건을 주도하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주권의 문제다. 휴전·종전 등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마침표가 찍혀야 재건 관련 구체적인 로드맵의 초안이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
- 결국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가 핵심이다. 한국 기업들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희망한다. 비용 부담 주체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재건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기금이나 한국 기금, 혹은 한-폴란드 협력 기금과 같은 형태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 양국 협력이 방산을 중심으로 크게 강화된 가운데 폴란드가 한국 측에 20조원 이상의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는 관측이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 한·폴란드 방산 오프셋(Off-set) 조항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한국 무기가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되면 양국 관계가 '판매자-구매자' 관계를 넘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양국이 '폭넓은 관점을 바탕으로 훌륭한 비즈니스와 강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 폴란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방산에 지출한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
▶우리는 전쟁의 참상을 바로 옆에서 매일 목도한다. 한국과 미국산 최신 무기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방산은 '훈련'이란 절차를 빼고 논의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KAI의) FA-50 훈련을 위해 양국 관계자들이 서울-바르샤바를 오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기 구매 결정을 빨리 내렸다. 대단히 훌륭한 결정이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겪은 아픔을 기억한다.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다. 우리는 역사의 아픔이 반복되길 원치 않는다. 폴란드는 한국 무기를 도입한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게 됐다.
- 폴란드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맞다. 폴란드에는 30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체류하고 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이 폴란드를 상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다만 NATO 회원국도 자유를 위해 싸울 의지가 있다는 점을 꾸준히 증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우리 모두를 지치게 만들 시간과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장기전의 특징이다. 과거 미국도 베트남 전쟁을 치를 당시 지쳤다. 마지막으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투자 허브'다. 한국·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대단히 성공적일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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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상자는 1차 세계대전처럼 대부분 지상전에서 발생한다. 아울러 이념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과거 김일성이 인민들에게 무엇을 약속했는가. 밥 한 그릇이다. 하지만 그들(북한)의 현 상황은 어떤가. 밥 한 그릇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유민주주의가 유일한 민주주의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행한 정책인 '유화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지난 1938년 아돌프 히틀러와의 합의문을 흔들어 보이면서 "우린 평화의 시대를 이뤄냈다"고 선언하지 않았는가. 그 이후 어떤 일이 발생했는가.
- 폴란드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 셈법에 대한 입장은.
▶평화 정착은 최소한 양자 간 인정을 기반으로 시작한다. 이와 관련해 '게임 이론'을 좋아한다.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은 충분히 가능하다.
- 그런 관점에서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의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이 향후 북한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적용되기 어렵다. 북한은 어떤 형태의 자유도 자신들의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떤 형태의 개혁도 펼치지 않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에 참여하고 시장 개방에 나선 베트남 모델은 향후 북한이 택하게 될 모델과는 다를 것이다. 또 베트남은 북한과 달리 '한 가족의 소유물'이 아니다.
- 대사 부임 이전 한국에서 교수를 지냈다. 지한파 대사가 바라보는 한국은.
▶한국은 실로 대단한 국가다. '패셔너블'(Fashionable)이란 단어는 한국의 매력을 담기 부족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 자신을 '광고'할 준비가 잘된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1990년대 폴란드에서 대우자동차의 '티코'를 봤다. 당시 대우차와 오늘날 현대차의 위상은 대단히 다르다. 요즘 현대차는 전 세계 최상위 브랜드다. 30여년 만에 한국 자동차업계의 평가가 바뀐 셈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목표를 달성한다. 대단한 국가다. 한국에서 조국(폴란드)을 대표할 수 있어 대단히 기쁘다. 양국 관계가 한층 깊어지길 바란다.
<김태욱의 세계人터뷰>는 이번 기사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지금까지 <김태욱의 세계人터뷰>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김태욱 기자 taewook97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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