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깨고 "미안하다", 깨졌지만 "괜찮다"…KBO 대표 투수·타자의 멋진 리스펙트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 "미안해하길래 괜찮다고 했습니다."
웨스 벤자민(KT 위즈)은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실점 없이 1피안타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벤자민은 6⅔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2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삼진 7개를 솎아냈다. 하지만 7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에게 2루타를 맞았다. 2B2S에서 몸쪽으로 던진 포심패스트볼이 살짝 복판으로 몰렸고 최정이 받아 쳐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타구를 만들었다.
벤자민은 퍼펙트가 깨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어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총 103개의 공을 던진 뒤 9회말 수비를 앞두고 김재윤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좋았다"고 말한 벤자민은 퍼펙트게임에 대해 "사실 4회나 5회 때 퍼펙트를 의식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부담을 갖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차분해지고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계기가 됐다"며 "퍼펙트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전했다.
벤자민은 7회말 에레디아를 잡으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린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최정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좋은 스윙을 하는 타자에게 맞았다. 최정이 미안하다고 했는데, 미안할 필요 없다고 전했다. 최정에게 안타를 맞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존중을 보였다"고 밝혔다.
퍼펙트게임은 KBO리그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벤자민은 "KBO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 미국에서는 힘 대 힘으로 상대를 하다 보니 헛스윙이나 삼진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한국은 컨택이 좋은 타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퍼펙트게임이 나오기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벤자민은 이날 경기 승리 투수가 되며 시즌 15승(5패)을 기록했다. KT 역대 선발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2020시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1승만 추가하면 새로운 역사를 쓴다.
벤자민은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던지고 있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며 "지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은 가을 야구다. 포스트시즌에 출전해 열심히 잘 던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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