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음악 연주금지 반대…라흐마니노프는 푸틴 반대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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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추상적인 게 아니라 직접적인 내 문제가 됐다. 이제 베르디의 '레퀴엠'을 걸작이라서가 아니라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연주하게 된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의 음악관마저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는 "전쟁 이후 아버지를 잃거나 폭격으로 집이 무너진 단원들도 적지 않다"며 "이들의 음악 교육과 연주 활동, 가족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들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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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푸틴 아닌 인류 유산”…라흐마니노프 지휘
“음악이 추상적인 게 아니라 직접적인 내 문제가 됐다. 이제 베르디의 ‘레퀴엠’을 걸작이라서가 아니라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연주하게 된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의 음악관마저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친구가 죽고, 건물이 무너지고, 날마다 죽음을 경험하는데 그걸 멈추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음악을 통해 그걸 이루고 싶다는 거였다. 그는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성찰하고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이라며 “예술은 그 자체가 지닌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사람을 없애려 할 수 있는지,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폭격할 수 있는지, 그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지 말자는 움직임엔 반대했다. “작곡가들의 작품은 한 나라에 속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공유하는 인류 유산이다. 푸틴의 음악이 아니다.”
그는 “150년 전으로 돌아가 이들의 음악을 지금을 기준으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음악을 금지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흐마니노프가 지금 살아있다면 분명히 전쟁과 푸틴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그가 국립 심포니를 지휘해 연주할 음악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다. 그는 “2번 교향곡은 단테의 신곡을 연상하게 되는데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정치적으로 복잡한 드라마틱한 현시대와 통하는 곡”이라고 했다.
이번이 첫 내한인 옥사나는 ‘금녀의 벽’을 무너뜨리는 지휘자 대열의 앞자리에 서왔다. 지난해 259년 전통의 볼로냐 시립 극장 음악감독이 됐는데,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역사상 첫 여성 음악감독이었다. 앞서 2021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공연을 지휘했는데, 바그너가 1876년 이 극장을 만든 이래 최초의 여성 지휘자였다. 그는 ”지금은 여성 지휘자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음악원 재학 시절에는 여성 지휘자가 혼자뿐이었다”며 “독일에서 한국 지휘자 김은선(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씨와 함께 공부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도 여성 부지휘자를 키우고 있는데 여성 지휘자들을 지원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2004년 말러 콩쿠르에서 3위 입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리니우는 2016년 창단한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유럽 각지를 돌며 공연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위험에 처한 단원들을 대피시키고 지원하는 일이 우선순위가 됐다. 이번 내한 공연 첫 곡이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밤의 기도’인데, 그가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지난 3월 베를린에서 초연했다.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곡이다. 그는 “전쟁 이후 아버지를 잃거나 폭격으로 집이 무너진 단원들도 적지 않다”며 “이들의 음악 교육과 연주 활동, 가족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들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데뷔 공연이 잡혀 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일본과 캐나다를 오가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오페라 ‘투란도트’도 지휘한다. 볼로냐 극장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도 공연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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