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대법원장·감사원장 공관 의혹에 ‘모두 문제 없다’

김경필 기자 2023. 9. 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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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원장ㆍ대법원장 공관 관련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신고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아들 부부를 공관에 살게 하면서 ‘재테크’를 도왔다는 의혹과 최재해 감사원장 공관이 호화롭게 개·보수됐다는 의혹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모두 ‘부패 행위 등의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13일 밝혔다. 권익위는 다만 대법원과 감사원이 각각 공관 개·보수를 위해 예산을 부적정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16억여원을 들여 공관을 리모델링하도록 지시해 예산을 전용(轉用)했고 공관에 손자들을 위한 놀이터까지 조성하게 했다며 이것이 부패 행위에 해당한다고 권익위에 신고했다. 이 시민단체는 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아들 부부를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1년 3개월간 공관에 살게 한 것도 공관을 부당하게 이용해 아들 부부의 재산 증식을 도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법원장은 아들과 며느리가 공관에 살던 2018년 초, 며느리가 직장 동료들인 한진 법무팀 직원들을 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연 것도 논란이 됐다. 김 대법원장이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김 대법원장이 아들 부부를 공관에 무상으로 살게 한 것에 대해 “사회통념상 부모가 성인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 형태가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김 대법원장 며느리가 직장 동료들을 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한 것에 대해서도 “통상 공관의 용법에 따른 사용으로,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로 보이고, 달리 특혜 제공의 동기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공관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놀이터는 (김 대법원장이) 자비로 설치한 것으로 확인돼, 법령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공관 리모델링을 위해 예산이 전용된 데 대해 “경찰 수사에서 대법원장이 예산 전용을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 처리됐다”고 했다. 다만 2019년 감사원은 대법원에 대한 감사에서 공관 리모델링 예산이 무단으로 이용되거나 부적정하게 전용됐다며, 예산을 집행한 법원행정처에 주의를 줬다. 이에 대해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예산 전용은 규정 위반이 맞고 부적정하지만, 부패방지법상 부패 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장 공관에 관한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감사원이 감사원장 공관을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자산취득비’로 구매해야 할 물품을 ‘일반수용비’로 구매하는 등 예산 수백만원을 목적 외로 사용했고, 공관 정원 교체 비용으로 2000여만원, 공관 화장실 보수 비용으로 1000여만원을 지출하는 등 예산을 낭비했으며, 공관 수도·전기요금 등 관리비 1000여만원을 최 감사원장이 부담하지 않고 예산으로 집행했다며 권익위에 신고했다. 민주당은 공관 정원 퍼걸러(그늘막)과 하부 데크(마루) 공사를 분리해 발주한 것도 부패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한 의혹은 감사원이 지난 4월 자체 점검 후 담당 부서에 주의 조치를 했고, 감사원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부패 행위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이 공관에 비치하기 위한 물품을 잘못된 예산 항목으로 사들인 것은 맞지만, 사들인 물품은 모두 감사원 재산에 해당돼 때문에 감사원이 손해를 본 것은 없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관사가 호화롭게 개·보수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방지, 고장으로 인한 수리, 관리 직원의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위해 집행한 예산으로 확인되고, 집행 금액도 비교적 적정하기 때문에 예산 낭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관 정원 그늘막·마루 공사 분리 발주는 “물품 구매와 공사가 혼재된 경우 계약을 분리해 발주할 수 있다는 ‘정부 입찰 계약 집행 기준’에 따른 것으로, 법령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공관 수도·전기요금을 감사원 예산으로 지불한 것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공관은 개인 거주용으로만 사용되는 일반 관사와 달리, 회의 개최, 업무 보고, 직원 격려 등 수시로 공적 업무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예산으로 집행할 필요성이 있다”며 문제 없다고 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다만 “공관의 관리비 등을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이 어디까지 적정한가에 관해 특별한 기준이 없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각 기관이) 여러 규정을 자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권익위가 갖고 있고, 향후 국민들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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