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우주군사회담’...美 “무기거래 주시, 책임 물을 것”

2023. 9. 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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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양국 전략적 중요성 뚜렷”
군사협력 넘어 연대강화 이어질듯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구도 심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새벽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부 장관과 함께 러 육해공군 명예위병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코즐로프 장관과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비롯한 러시아 중앙과 지방의 간부들의 영접을 받았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오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지난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여 만에 열리는 이번 북러정상회담은 향후 동북아는 물론 국제정세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북러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기거래를 포함한 군사협력 확대, 나아가 대북제재 무력화까지 시사한 상태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이 전날 오전 6시 전용열차를 이용해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하산역 역사에서 진행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과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 러시아 중앙 및 지방 간부들과의 환담에서 “2019년에 이어 4년 만에 또다시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세계적인 공공보건사태 이후 첫 해외방문으로 러시아연방으로의 길에 오른 것은 조러(북러)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중시 입장을 보여주는 뚜렷한 표현으로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방러와 북러정상회담의 목표가 북러 간 군사협력 확대는 물론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응한 북러 연대 강화라는 전략적 수준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 역시 김 위원장의 방러와 북러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날 김 위원장 하산역 도착 환영행사에 참석했던 코제먀코 주지사는 “이 고위급 방문은 북한 동료들과의 가장 활발한 관계 발전과 직접적인 소통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이웃들과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농업, 건설, 관광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좋은 전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북러정상회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체제의 균열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북한 측 수행단 면면도 의미심장하다.

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하산역을 출발해 ‘방문지’로 출발했다며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북러정상회담 장소로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유력한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새로 건설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우주 강국 러시아를 상징하는 곳으로 북한이 이미 두 차례 실패하고 내달 재발사를 예고한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 등을 논의하기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애초 북러정상회담 개최지로 거론됐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자리한 북쪽으로 틀었다.

푸틴 대통령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방러 기간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자리한 러시아의 첨단 5세대 전투기 수호이-57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전투기 생산공장 등을 찾는다면 전용열차에 실린 전용차량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지난 2002년 방러 때 이곳의 전투기 생산공장을 둘러본 바 있다.

김 위원장 방러 수행단에 북한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그리고 강순남 국방상,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공군사령관, 조춘룡 군수공업부장 등 군 수뇌부가 대거 포함됐다는 점도 이번 북러정상회담의 초점이 군사협력에 맞춰져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북러정상회담 이후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왕따’ 북한에게 ‘구걸’에 나섰다고 강도 높게 비난한 미국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무기거래 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를 연이어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복수의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국의 대북·대러 압박이 북러 밀착을 촉발시켰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양진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북한과 러시아는 현재 서방으로부터 전례 없는 외교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양국 관계 강화는 서방의 고립 정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두 정상의 만남은 최우선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은 잦은 한미 군사훈련의 결과”라며 “한미 군사훈련은 동북아에서 더 많은 분열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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