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준 집 현관 도끼로 부순 집주인 사연

2023. 9. 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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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장기미납에 잦은 연락두절
“주택시장 개인간 거래 많아 발생”

오랜기간 세입자로부터 월세를 받지 못해 결국 세를 준 자신의 집 현관문을 도끼로 부순 집주인이 경찰조사까지 받게 된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임대차 계약 분쟁이 형사 사건으로 번진 사연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던 A씨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20만원 조건으로 경기 부천시 소재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을 맺었다. 임차인 B씨가 해외 출장이 잦아 국내 호텔 체류 비용 보다 오피스텔 월세가 싸다는 설명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임차인이라고 판단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증금에도 믿고 계약을 했다. 그러면서 A씨와 B씨는 3달 임차료를 한꺼번에 주는 3·6·9·12월 임대료 납입 특약 조항을 넣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후 상황은 A씨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B씨는 계약금 날짜부터 어기기 시작했다. 첫 월세도 한 달이 지나 납부했고 3개월 임차료를 한꺼번에 주기로 한 조항마저도 어기면서 1개월 분을 이체했다.

A씨는 B씨에게 연락을 계속 시도했다. 하지만 B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 내용엔 직원의 실수란 말을 반복했다. B씨는 곧 귀국하니 두 달 분을 이체하겠다고 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었지만 귀국하겠단 날짜에도 연락은 없었다. 귀국하기로 한 날짜 사흘 뒤에서야 문자 한 통이 도착했는데 외국에 있어 문자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수개월째 이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에 A씨는 법적으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난해 8월 B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후에도 A씨는 B씨가 이체일을 미루고 임대료 미납액수도 끝내 2000만원을 넘어서자 명도소송 제기와 계약해지 통보를 생각했다. 애초 3억8000만원의 전세를 끼고 오피스텔에 매입했던 A씨는 계약을 월세로 전환하면서 반환해야 할 보증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대출 이자만 월 170만원에 달한다. 월세로 대출 이자를 갚고 추가로 50만원의 고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으려던 A씨는 오히려 이자 부담만 고스란히 지는 신세가 됐다.

임차인의 잦은 연락두절과 1000만원이 넘게 밀리는 월세 때문에 A씨는 스트레스로 우울증 약까지 처방받기에 이르렀다. A씨는 결국 B씨에게 지난 5월말 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B씨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A씨에게 지난 8월 11일까지 퇴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A씨는 그간 거주하던 집에서 나와 이 집에 거주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9월 9일로 이사일을 정하고 이사업체 일정까지 조율해놨다. 하지만 B씨는 연락이 또 안 되더니 지난 6일 열흘만 시간을 달라고 재차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결국 그날 오피스텔을 찾았다. 오피스텔 관리실에 확인해보니 B씨가 이사를 위한 엘리베이터 신청 내역 내역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비도 2개월 미납 상태였다. 졸지에 거처가 사라질 처지가 된 A씨는 B씨에게 손도끼로 현관문을 부수는 영상을 보냈다.

지난 7일 오전 A씨가 보낸 영상을 접한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도끼를 휘두른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난 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경찰 조사서에 ‘도끼로 제 집 문을 부순 아주 나쁜 임대인입니다’란 제목으로 자신의 사정을 토로했다. A씨는 “현존하는 부동산 관련 법과 제도로 저와 같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B씨는 월세가 연체된 것에 대해 미안하지만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해외 체류 중으로 연락이 어려웠다. 상황을 설명했고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딸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착잡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원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주거 임대차 계약이 주로 개인 간의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과 자금력이 부족해 발생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임대인이 사적으로 강제집행을 해 주거침입죄 등 형사처벌 소지가 있다”면서도 “임대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명도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강제집행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일종의 패스트트랙인 인도단행가처분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 인용 사례가 극히 적어 제도 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태·서영상 기자

Lets_w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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