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및 융합교육 전진기지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가 대학 캠퍼스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며 국제화 및 융합 교육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제캠퍼스는 통상적인 대학 캠퍼스의 형태를 넘어 ‘대학이 중심이 된 학(學)-연(硏)-산(産)-병(病) 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 2006년 새로운 시도 ‘확장캠퍼스’
연세대는 지난 2006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에 새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본교의 확장캠퍼스(Extended Campus)라는 새로운 형태는 당시 우리나라 대학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연세대가 2005년 창립 120주년을 맞아 선포한 ‘연세 비전 2020’에 담은 ‘국제화 경쟁력 정체’, ‘첨단 연구 분야 육성 필요’, ‘교육·연구 인프라 부족’이라는 3가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연세대는 새 캠퍼스 조성이라는 획기적 방식을 선택했고, 그 이면에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이자 세계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 국제화 및 융합 교육 중심의 1단계 캠퍼스
연세대는 2010년에 1단계 국제캠퍼스 문을 열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전인교육을 지향하며 서구 명문대학들이 오랫동안 대학 운영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기숙 교육 모델 ‘Residential College(RC)’를 정착시킨 것이다.
연세대는 숙원이었던 약학대학 설립을 통해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교육·연구 기반을 구축했다. 학부 대학, 언더우드국제대학, 글로벌인재대학, IT융합공학과 등을 통해 국제캠퍼스를 국제화 및 융합 교육의 근거지로 조성했다. 아울러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Design Factory Korea(DFK) 등 해외기관을 유치한 것도 1단계 사업의 성과로 꼽힌다.
현재 국제캠퍼스는 융합, 첨단, 국제화를 주요 주제로 6천여명의 학부생·대학원생이 다니고 있다.
■ 첨단 연구 및 산학협력 중심의 2단계 캠퍼스
연세대는 1단계 캠퍼스를 교육 및 국제화에 초점을 뒀다면, 2단계 캠퍼스는 현재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구 및 산학협력에 중점을 두고 연세사이언스파크로 조성하고 있다. 대학경쟁력은 연구력에서 나오는 만큼, 연구력의 기반이 될 활발한 산학협력은 대학의 미래 성장동력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연세사이언스파크 조성을 통해 대학(學)-연구소(硏)-기업(産)-병원(病)이 긴밀히 협력해 연구성과를 창출하려 한다. 또 여기서 나온 성과를 사업화하며 사업성과는 다시 교육·연구에 투자하는 선순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연세대는 이를 통해 국가 혁신성장에 기여하고 대학의 미래를 이끄는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는 연구자들이 광범위하게 협업할 수 있는 ‘융합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우수 연구자들의 참여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학교 본부는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세시그니처연구클러스터 사업’, ‘어깨동무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연구자 전주기 맞춤형 연구자별 특별지원사업’, ‘Y-Research Portal(RIMS)’ 등 관련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연세대는 관련 인프라도 순차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송도 세브란스병원 착공을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바이오 공정인력양성센터와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가칭) 조성 공사가 시작했다. 연세대는 앞으로 양자컴퓨팅센터(가칭), 양자연구동(가칭), 융합연구동(가칭), 연구원기숙사(가칭), 데이터사이언스센터(가칭), 혁신기술센터(가칭) 등의 건립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기업이나 연구소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 국가 역점산업 육성을 위한 국책사업 유치
연세대의 국제캠퍼스를 연구·산학 캠퍼스로 조성하기 위한 구상은 국가 역점사업 유치를 통해 열매를 맺고 있다.
연세대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의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사업’을 통해 인천시 최초의 창작·창업 지원 전문 랩 ‘i7’을 문 열고 지역사회 제조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주관 ‘대학 내 산학연협력 단지 구축사업’을 통해 국제캠퍼스에 18개의 기업을 유치, 공동연구 및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는 1~2년 내 30여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세대는 아일랜드(Ireland)의 국립바이오공정연구소(NIBRT)와 제휴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및 백신 생산·시장 확대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공동주관의 ‘한국형 NIBRT 프로그램 운영-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 구축사업(K-NIBRT 사업)’이다. 현재까지 881명의 국내 교육생을 배출했다. 연세대는 현재 건립 중인 바이오 공정인력양성센터가 내년 말 완공하면 K-NIBRT사업을 통해 연간 2천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연세대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손잡고 개발도상국 교육생 59명에 대해 교육을 했으며, 40명 추가 교육을 예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인천지역 바이오 고교생 4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추진, 바이오 예비인재들의 바이오산업 이해도를 높이고 졸업 후 진로 탐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바이오 강국 실현을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중소벤처기업부 주관)은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기초연구부터 비임상, 상용화까지 지원하는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프로젝트라 할 수 있으며 국제캠퍼스 내에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연세대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손잡고 개발도상국 바이오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구축사업’도 추진한다. 국제캠퍼스가 메인 캠퍼스다. 이는 K-NIBRT 사업 및 K-바이오 랩허브 사업 유치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평가 결과 교육시설과 입지, 교육 역량 등에서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경기도 시흥, 충청북도 오송, 경상북도 안동, 전라남도 화순 등에 있는 네트워크 캠퍼스들과 협력해 사업을 한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라는 큰 틀을 구축하면서 바이오 기업을 선제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연세대는 연세사이언스파크를 통해 교육, 연구, 병원이라는 필요 요소를 확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와 같은 대형 국가사업들의 유치는 인천시와 연세대가 의기투합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달성한 성과”라며 “지자체-대학 상생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치 사업들의 성공적 운영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국가 혁신성장에 이바지하겠다”라며 “해당 사업들을 기반으로 연세사이언스파크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바이오 산업화 거점병원 ‘송도 세브란스’
연세대는 현재 국제캠퍼스 동쪽에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공사를 하고 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의 사례처럼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연구·임상이 가능한 대형병원은 매우 중요하다.
연세대는 송도 세브란스병원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또 살아있는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해 난치질환을 치료하는 세포치료, 유전체 검사를 통해 유전성 질환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는 첨단 유전체 기반 의료 등을 실현한다. 이를 통해 연세대는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미래 의료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정밀 의료병원을 구현할 계획이다.
특히 연세대는 송도 세브란스병원이 바이오 분야 연구기능을 갖춘 바이오 산업화 거점병원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세사이언스파크 사업과 국내외 바이오 기업, 대학, 연구소, 제약사들과 연계해 산·학·연·병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임상시험 및 바이오헬스 융합연구 등을 통해 K-바이오 산업화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송도 세브란스병원은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결정적 퍼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최초 양자컴퓨터 허브, ‘연세-IBM 퀀텀컴퓨팅센터’
양자 기술은 전 세계 각국이 앞다퉈 국가적 역량을 결집,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미래 선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도 ‘12대 국가전략 기술’의 하나로 선정하고 투자·육성을 공언한 바 있다.
연세대는 미국 IBM과 손잡고 ‘연세-IBM 퀀텀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3월 국제캠퍼스에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연세대는 양자컴퓨터 도입과 더불어 양자컴퓨팅센터와 양자 연구동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국제캠퍼스에 양자컴퓨터가 설치되면 대한민국은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에 이어 세계 5번째 양자컴퓨터 보유국에 이름을 올린다. 양자 기술 역량을 개발하고 육성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아울러 연세사이언스파크는 국내 최초로 양자컴퓨터 허브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자 생태계 조성과 이에 따른 산업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팅은 양자 역학의 원리에 기반을 둔 논리연산 방법을 활용, 기존 컴퓨터보다 정보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르다. 특히 슈퍼컴퓨터 등에서 계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풀 수 있어 보안, 금융, 인공지능, 물류, 항공, 에너지, 제약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신약 개발 등 바이오 분야에도 널리 활용되는 만큼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와도 긴밀히 연계, 송도가 글로벌 바이오 허브 도시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연세대는 인천시와 함께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의료기관, 스타트업 등과 협력해 양자컴퓨팅 산업 생태계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 대학경쟁력 강화가 곧 국가경쟁력 강화
연세대가 국제캠퍼스에 연세사이언스파크 조성 및 연구력 강화와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세계대학평가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THE 세계대학순위(THE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3)에서 지난해보다 무려 73계단 상승한 세계 78위에 올랐다. QS 세계대학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3)에서는 6계단 상승한 세계 73위에 올랐으며, 동시에 아시아 종합 사립대학 1위를 차지했다.
연세대는 2006년 국제캠퍼스 조성계획 발표 당시 목표로 내세운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 세계 속의 명문대학으로 도약’이라는 것을 실현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스탠포드대, 보스턴바이오클러스터-하버드대‧MIT,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듀크대, 소피아 앙티폴리스-파리 국립공과대 사례에서 보듯이, 성공적인 혁신 클러스터들에는 연구·산학 핵심 역할을 하는 대학 및 연구기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캠퍼스 연세사이언스파크 조성을 통해 미래 첨단분야를 육성하고, 우수 연구자들의 협력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광범위한 산학협력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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