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해외 기술탈취 소송서 승소

퇴사 직원 伊회사 인터코스로 이직 법적공방
법원 “영업비밀 폐기·2억원 지연이자 지급” 판결
한국콜마 “외국계기업 부도덕성에 엄중 경고”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가 자외선 차단제 핵심 기술 유출 법적분쟁에서 이탈리아 화장품 대기업 인터코스에 승소했다.

퇴사한 직원이 일주일 만에 인터코스로 이직하면서 핵심 기술 업무파일을 무단 반출한 사안이다. 승소 판결을 얻으면서 한국콜마는 법적 공방에서 한시름 안도할 수 있게 됐다.

해외기업이 직원 이직을 통해 핵심 기술을 빼가는 행태에도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최근 크게 실적이 상승 중인 한국콜마에도 승소 판결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이탈리아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업체 인터코스의 한국법인을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에서 한국콜마가 승소했다. 인터코스는 전세계에 사업장을 둔 이탈리아 화장품 기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62민사부(부장판사 이영광)는 한국콜마가 인터코스코리아와 전 연구원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민사소송 1심에서 한국콜마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전직 직원과 인터코스코리아에게 유출한 한국콜마의 영업비밀을 폐기하고, 공동으로 2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008년 한국콜마에 입사한 A씨는 9년 4개월 동안 근무하다 2018년 퇴사했다. 그런데 A씨는 퇴사한지 일주일 뒤 이탈리아 화장품 기업 인터코스의 한국법인으로 이직했다. A씨는 한국콜마에서 사용하던 노트북에 있던 자외선 차단제 기술 주요 업무파일 수백개를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하는 방법으로 무단 반출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콜마에서 근무했던 B씨 역시 2018년 인터코스코리아에 입사한 뒤 부정한 방법으로 핵심기술 유출을 시도했다.

인터코스코리아는 2017년까지 선케어 제품을 제조·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입사한 2018년 이후부턴 선케어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해에 발생한 인터코스코리아 선케어 제품 관련 매출액은 약 460억원에 달한다. 또 인터코스코리아는 2018년 한 해에만 선케어 관련 44건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심사를 완료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탈취한 영업비밀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형사소송 2심에서도 A씨와 B씨는 각각 징역 10개월 실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인터코스코리아에도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된 바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국내 기업의 사업 근본을 해하려는 외국계 기업의 부도덕한 기술유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30여 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해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선케어 기술을 한순간에 훔쳐간 행위에 대해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최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와 자외선차단 제품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2분기에 전기 대비 영업이익이 4배 이상 급등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65.48% 크게 늘었다. 전기 대비해선 무려 361.6% 증가한 결과다. 선스틱 등 자외선 차단 제품의 실적 호조가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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