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망명 러 조종사에…“귀순 의사 70% 늘어”
[서울신문 나우뉴스]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군 조종사 덕에 러시아인들의 귀순 의사가 급증했다고 우크라이나 관리가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인사이더에 따르면, 안드리 유소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 대변인은 전날 자국 ‘라디오 스보보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소우 대변인은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망명을 장려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 ‘호추지티’(나는 살고 싶다)의 핫라인에 대한 일일 접수 건수가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추지티 프로젝트의 핫라인 외에 다른 연락 수단으로도 망명 신청이 상당히 늘었다며 “Mi-8 헬기 조종사가 성공적으로 망망한 뒤 이같은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러시아 군인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육군 항공대 제319 헬리콥터연대 소속 Mi-8 헬기 조종사 겸 지휘관이었던 막심 쿠즈미노프(28) 대위는 지난달 9일 자신의 헬기와 거기에 실려 있던 전투기 부품을 갖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이 그와 그의 헬기뿐 아니라 그의 가족인 부모를 우크라이나로 데려오기 위해 반년 넘게 공들인 코드명 ‘신니차’(Synytsia·박새) 작전의 결과다.
쿠즈미노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크라이나인뿐 아니라 러시아인 모두에 대한 대량 학살임을 깨닫고 망명을 결심하고 우크라이나 측에 먼저 연락했다.
그는 자신과 부모에 대한 안전 보장과 보상을 약속받고 망명을 준비해 왔다. 망명 계획을 지지한 부모는 먼저 비밀리에 러시아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건너간 상태였다.
정기적으로 러시아 미그 전투기 부품을 실어나르는 헬기를 조종하던 그는 당시 임무 중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그의 헬기에는 부하 2명이 타고 있었지만, 국경을 넘어 러시아군으로부터 총격을 받기 전까지 이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비무장 상태였고, 조종사인 그를 제외한 누구도 헬기를 조종할 기술이 없어 착륙할 때까지 대항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러시아 측 사격에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은 쿠즈미노프는 조종간을 꼭 잡은 채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괜찮다. 여기 좋은 사람들이 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렇게 그는 약 20㎞를 더 헬기를 이동시켜 우크라이나 당국과 사전 약속한 장소에 착륙시켰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한 그의 부하들은 헬기가 착륙하자 러시아로 돌아가겠다며 그를 공격하고 급기야 헬기에서 내려 러시아 국경을 향해 탈출을 시도하다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쿠즈미노프는 이번 망명으로 50만 달러(약 6억6700만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돈(약 1848만 흐리우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앞서 우크라이나 의회는 호추지티 프로젝트의 일부로,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군사 장비를 가져온 망명 군인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상금 규모는 전투기 100만 달러, 헬기 50만 달러 등 장비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편 호추지티 핫라인은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예비군을 대거 동원한다고 발표하기 직전 개설된 것으로, 직통전화와 텔레그램을 통해 운영된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로스콤나조르)이 지난해 10월 중순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고 밝혔는데, 그때까지 신청 건수는 2000건 이상이었다고 당시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군인들은 그후로도 우회 접속 등을 통해 호추지티 핫라인에 망명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이 프로젝트에 신청한 러시아 군인은 약 1만 명에 달한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인 ‘전쟁포로처우조정본부’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기관의 정기적인 접속 차단 시도에도 해당 사이트에는 1400만 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그중 84%는 러시아 영토의 방문자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에 항복을 원하는 러시아 군인들을 위해 핫라인과 챗봇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10명의 상담원이 신청서를 받고 처리하면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전문가들이 협조에 나선다.
핫라인에는 러시아 군인의 가족이나 애인들이 연락하는 사례도 있다. 러시아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뒤 인터넷이나 통신에 접근할 수 없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항복한 전쟁포로들의 구금은 제네바협약의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 이 포로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교환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우크라이나와 일부 유럽연합(EU) 국가에 망명을 요청할 수도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생방송 중이던 여성 리포터 엉덩이를…성추행 스페인 남성 체포
- 도망간 아들 대신 며느리와 결혼한 신랑 아빠 [여기는 동남아]
- 14세 소녀 집단 성폭행 후 산 채로 불태운 ‘11명의 짐승들’ [여기는 인도]
- 男승무원이 비행기 화장실에 ‘몰래카메라’ 설치…10대 승객이 발견
- 미스 베트남 “여성들이여, 돈 많고 나이 든 남성과 사귀어라” 논란 [여기는 베트남]
- 알래스카 3㎞ 심해서 ‘황금빛’ 정체불명 물체 발견 [핵잼 사이언스]
- “한국남자와 사귄다”…태국 아내의 질투심 유발이 비극 낳았다 [여기는 동남아]
- [영상] 500달러 우크라 자폭 드론, 300만 달러 러 전차 파괴
- 70살 할머니와 결혼한 27살 청년의 사연…7년 열애 결실 [월드피플+]
- ‘악마를 보았다’…5세 소녀 목 말라 죽게한 ‘IS 신부’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