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빅터스 게임' 금·은·동 1개씩 추가… 실내 조정 최승민·이주은 선수
"체육으로 활력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 기뻐"
(뒤셀도르프·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 =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2023 독일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이 대회 나흘째인 12일(현지시간) 실내 조정 종목에서 금·은·동메달을 1개씩 추가했다. 이로써 우리 선수단이 획득한 메달은 전날 여자 육상 100m 종목 은메달 1개를 포함해 모두 4개가 됐다.
이날 오후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실내 조정 1분 경기에 출전한 우리 상이군인 선수단의 최승민 선수(49)가 이동 거리 258m를 기록, 우크라이나 선수 몰던 이반(231m)을 27m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 이은주 선수(30)는 같은 종목 4분 경기에서 1231m로 은메달을, 1분 경기에선 동메달을 따냈다.
'실내 조정'은 물 위에서 실제로 보트의 노를 젓는 일반 조정 경기와 달리, 실내에서 '에르고미터'(운동량 측정 장치)가 설치된 로잉머신에 이용해 선수가 정해진 시간 내에 달성한 스트로크 횟수를 이동 거리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측정한다.
최 선수에게 이날 금메달 획득은 "환호하는 선수단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수상'이었다고 한다. 최 선수는 이번 인빅터스 게임 출전을 준비하면서 실내 조정보다 주종목인 핸드사이클을 연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인빅터스 게임 선수들은 통상 1인당 2~3개 종목에 출전한다.
최 선수는 시상식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실내 조정을 제대로 탄 건 오늘 처음이었다"며 "핸드사이클 종목에 비슷한 인터벌 작업이 있어 굉장한 도움이 되긴 했지만, 실내 조정은 훈련 중 한국에서 약 40초간 에르고미터를 타본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현재 경기도 안양시에서 장애인인권센터를 운영 중이다. 군에서 사고를 당한 뒤 1996년 상병으로 전역한 그는 이후 7년간 재활에 매달린 경험이 있다고 한다.
최 선수는 "20대 청년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군대를 가야 하는 (사회) 구조에서 나처럼 좌절하는 사고를 겪은 뒤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계속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돼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는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일이 많아 (당사자가) 답답하거나 맺히는 부분이 꽤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금메달 수상을 통해 "'장애냐, 아니냐'를 떠나 체육을 통해 활력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 같아 가장 기쁘다"고 밝혔다.
최 선수는 "우리가 뭔가에 열심히 몰두하다보면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고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는 그저 우리에게 '생활 서비스'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 선수는 다음에도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할 기회가 생긴다면 역도 종목에 한 번 도전해볼까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은·동메달을 목에 건 이 선수는 경기도 김포 소재 부대에서 해병대 중위로 근무하던 2019년 8월 예초기로 갈대 제거 작업을 하다 지뢰 폭발로 왼발을 잃었다.
그는 "이후에도 군 생활을 계속했지만, 장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군인의 꿈을 접고 다친 군인을 돕는 일이 내 뜻과 더 맞는 것 같아 작년 2월 전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선수는 사고 뒤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으로 부상한 하재헌 예비역 육군 중사를 만나게 됐고, 그와의 친분으로 2021년 조정을 시작했다. 하 중사는 SH공사 장애인 조정팀 소속으로 2019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조정 개인전1000m PR1(선수부)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선수는 현재 서울시의 청년 부상 제대군인 원스톱 상담창구에서 운영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21년 6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을 당시 '상이군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결과, 그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씨는 "사고 전엔 상이군인의 사정을 잘 몰랐다"며 "요즘엔 상이군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관련 사단법인 설립 등 이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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