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도 FM 방송국이 있어요~

2023. 9.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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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이하 서대문FM) 사옥은 주변 주택과 어울려서 외관에서부터 주민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평일 낮에 사옥 내 스튜디오에선 정규 방송을 녹음하느라 한창이다. 

서대문FM은 지난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동체 라디오로 신규 허가를 받았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를 서대문FM이라고 통용해서 부르고 있다. 주파수 채널은 91.3Mhz이다. 내가 방문했던 평일 오전에도 벽을 사이에 둔 두 개의 크고 작은 스튜디오에서 각각 프로그램 녹음이 진행 중이었다. 스튜디오 벽면에 정규 편성표가 부착되어 있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한 시간 단위로 프로그램이 꽉 채워져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방송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제작하고 있다.

스튜디오 벽면에 서대문FM 방송 편성표가 부착되어 있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자정 넘어까지 방송이 편성되어 있다.

‘천충사랑인’을 녹음하는 스튜디오에 들러봤다. 주 진행자 김득희 씨와 보조진행자 김유득 씨가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천충사랑인’은 천연동과 충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서로 이웃하고 있는 두 동네의 이름이다. 동네 이름이 친숙하다. 내가 거주하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행정 편의상 동네를 구분했지만, 두 동네의 주민들은 지역 축제 등에 같이 팀을 이뤄서 참가할 만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천충사랑인’ 프로그램 녹음에 앞서 진행자들의 준비가 한창이다.

김득희 씨가 오늘의 주제에 맞춰서 질문해야 할 키워드를 순서대로 정리하는 동안 김유득 씨는 질문에 따른 답변을 생각하고 있다. 행여나 답변을 잊을까 메모지에 빼곡히 기록도 한다. 신청곡은 사전에 마을 주민들로부터 받았고, 그 곡들의 재생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나도 즉석에서 한 곡을 신청했다. 

주 진행자 김득희 씨가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녹음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득희 씨가 방송기기를 조작하고 점검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대학 시절 교내 방송국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헤드폰을 쓰고 방송을 모니터링했다.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을 녹음 중이었다. 방송 중간에 실수가 있어도 멈추지 않고 녹음하고 있다. 방송에서의 실수를 NG(No Good)라고 하는데 그것을 허용하고 있다. 설령 실수한다고 해도 그때그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넘어간다. 바로 옆에서 청취하는 나는 긴장하면서도 듣고 있었건만, 오히려 진행자들은 방송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방송을 청취하는 주민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보조 진행자 김유득 씨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방송일 기준으로 전날에 녹음하고 방송일에 맞춰 송출하고 있다. 방송이 나가면 댓글로 시청자의 소감이나 다음 방송에서 들려줄 신청곡 등을 확인한다. 

천충사랑인은 현재 총 8명의 회원이 있다. 그중 오늘 방송에 참여한 김득희, 김유득, 김길순 씨를 만나봤다. 그들이 생각하는 서대문FM은 무엇일까? “서대문 지역을 아우르는 공식적인 소통 창구로서의 라디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천충사랑인은 지역 신문을 제작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어 마을공동체미디어, 홍삼라디오를 거쳐 올해 서대문FM에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김득희 씨는 대학 재학 중 방송국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때 기술 엔지니어 담당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재 25년 차에 이르는 베테랑 방송인이다.

스튜디오 구석에 앉아서 프로그램 녹음하는 것을 참관했다.

천충사랑인 프로그램 구성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김득희 씨가 매주 회원들에게 방송에 내보낼 내용을 한 꼭지씩 가져오라고 한다. 방송하면서 각자 준비한 꼭지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으로도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이 구성된다. 만약 따로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면 자신이 읽은 책의 구절이나 시를 읊조려도 된다. 그래서 오늘도 시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청곡은 우선적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받고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회원들에게 받고 있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진행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천충사랑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김길순 씨는 참석자 중에서 가장 연장자다. 그는 대뜸 “방송을 해보니 동네 사랑방에서 수다를 나누듯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 계속 방송에 참여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유득 씨는 “마을공동체미디어에서 홍삼라디오까지 방송을 계속했어요. 이게 제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어요. 특히 청취자가 즐겁다는 댓글의 반응을 보면서 제가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죠. 그래서 매주 녹음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득희 씨는 “공식적으로 서대문FM에서 방송하니깐 공신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매주 숙제를 하는 듯한 부담감도 있어요. 하지만 청취자와 소통한다는 마음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소통의 방식은 댓글이다. 지역 주민인 청취자들은 지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이다. 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방송이니 지역을 잘 알고 있다. 동네 역사가 살아 숨쉬는 듯하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서대문FM이 운영되고 있다.

김유득 씨는 “주민과 일상을 공유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서 인맥도 넓어지고 있어요. 가끔 시의원과 같은 유명인사도 초청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김길순 씨는 “우리 동네가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언급하자 문제가 해결된 적이 있답니다. 그만큼 서대문FM 방송이 공신력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나에게 방송이란 무엇일까? 각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내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했어요.”(김득희), “행복한 추억입니다.”(김유득), “내 삶의 지평이 넓어졌어요.”(김길순) 

각자의 대답은 달랐지만 거기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가 방송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어서 관심 및 호응도가 높다.

서대문FM은 지난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동체 라디오로 신규 허가를 받고, 주파수 대역 91.3㎒를 배정받았다. 2년간 꼬박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4월 27일 개국했다. 개국과 동시에 정규 프로그램 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이제 4개월 남짓 경과한 초보 방송국이다. 서대문FM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수익 창출이 관건이다. 하지만 공익 목적의 방송이기 때문에 공중파 및 지상파 방송국들처럼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방송법 제2조)는 공중선전력 10와트 이하로, 공익 목적으로 라디오 방송을 하기 위하여 방송법 제9조 제11항의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은 자를 뜻한다. 지역 방송의 일종으로 특정 소규모 지역을 권역으로 하여 FM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방송국이다. 

서대문FM은 주파수대역 91.3Mhz를 배정받았다. ‘주민과 함께’라는 첫 글자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과거엔 가가호호 대문이 열려 있어서 누구든 쉽게 제 집 드나들 듯 이웃집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이웃 간의 정이 돈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현관문이 굳게 닫히고, 또 각자의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공동체 라디오는 이웃 간에 단절되다시피 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이런 지역 방송이 늘어날수록 지역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어서 좋다. 달리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이겠는가!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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