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아닌 필리핀 전지훈련? 창원 LG의 이유 있는 선택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9.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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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아닌 필리핀 전지훈련. 창원 LG의 이유 있는 선택이다.

KBL 10개 구단은 2023-24시즌을 위한 해외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일정을 마무리한 구단이 있는가 하면 아직 출국하지 않은 구단도 있다. 그중 LG는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필리핀에서 전지훈련을 갖는다.

창단 시기가 늦어 해외 전지훈련에 나서지 못하는 고양 소노를 제외, 대부분 구단이 전지훈련지로 일본을 선택했다. 서울 SK가 매해 찾는 미국 어바인으로 향하는 것을 예외로 두면 해외 전지훈련지는 일본이 대세다(울산 현대모비스는 이미 필리핀에서 한 차례 전지훈련을 소화).

미국과 일본이 아닌 필리핀 전지훈련. 창원 LG의 이유 있는 선택이다. 사진=KBL 제공
LG는 필리핀으로 향한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에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이후 일본에서도 전지훈련을 소화했으나 ‘NO 재팬’, 코로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겹쳤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필리핀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한 LG다.

그러나 외부 요인만이 LG를 필리핀으로 이끈 건 아니다. 구단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해외 전지훈련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춘 장소가 바로 필리핀이었다. LG는 꼭 일본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LG 관계자는 “일본에서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지를 변경했을 때 외부 문제가 있었고 당시에는 그게 이유가 됐겠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일본 전지훈련을 준비하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경기 일정, 장소를 마련하기가 어렵다. 또 전지훈련에 편한 도시를 찾다 보니 KBL의 여러 팀과 겹치게 된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어 필리핀으로 방향을 돌리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필리핀에선 우리가 원하는 일정, 장소 등 필요한 모든 부분을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다. 또 교통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경기장에 도착한다. 이동 문제까지 없으니 편리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서 전지훈련을 하니 아시아 쿼터에 대한 정보도 자연스럽게 쌓인다. PBA(필리핀프로농구) 팀들 외에도 대학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기량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필리핀법인의 지원도 LG가 필리핀 전지훈련을 이어가는 하나의 이유다. 실제로 2022년 LG전자 필리핀법인은 전지훈련으로 필리핀을 찾은 LG 선수들에게 LG퓨리케어 마스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사진=LG 제공
더불어 필리핀은 12분-4쿼터로 경기가 진행된다.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따르는 KBL과는 다르다. 덕분에 10분-4쿼터로 경기했을 때와 달리 많은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보통 10분-4쿼터로 연습경기를 하면 5쿼터를 별도로 진행, 주전 외 선수들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2분-4쿼터로 진행하게 되면 경기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많은 선수를 투입할 수 있으니 효과가 크다.

LG전자 필리핀법인의 지원도 LG가 필리핀 전지훈련을 이어가는 하나의 이유다. 실제로 2022년 LG전자 필리핀법인은 전지훈련으로 필리핀을 찾은 LG 선수들에게 LG퓨리케어 마스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코로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최대한 안전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LG 관계자는 “LG전자 필리핀법인에서 정말 많이 지원해주고 있다. 마스크는 물론 맛있는 식사부터 이벤트 경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 코로나 시대 전에는 PBA 최고의 팀 중 하나인 히네브라와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이벤트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무려 2만 명이 모인 곳에서 말이다. 올해는 조금 힘들겠지만 다음에 다시 이벤트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LG는 필리핀에서 머무르는 10일 동안 무려 8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타이트한 일정이지만 많은 선수를 활용, 2023-24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무릎이 좋지 못한 박인태도 해외 전지훈련에 함께할 예정이다.

2022-23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LG다. 그리고 올해 여름에는 약점으로 꼽힌 3번 자리에 최상급 자원인 양홍석을 FA 영입했다. 김준일과 서민수가 떠나면서 공백이 된 4번 자리는 정희재와 박인태, 그리고 상무에서 돌아올 박정현이 채울 예정이다. 여기에 아셈 마레이-단테 커닝햄으로 이어지는 검증된 외국선수들도 존재한다. 필리핀 전지훈련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마친다면 그들의 2023-24시즌은 2강으로 꼽히는 SK, KCC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상현 매직’은 2023-24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그의 열정은 아직 뜨겁다.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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