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투 '논란'→"규정에 맞춰서" 던질수록 일그러지는 한국 야구 [박연준의 시선]

박연준 2023. 9. 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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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DB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U-18 대표팀 연투 논란, 우리는 그것을 혹사로 지칭한다.

18세 이하(U-18) 한국 청소년 야구대표팀은 대만 타이중과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31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의 성적을 거뒀다.

시작이 좋지 못한 대표팀이었다. 오프닝 라운드 첫 경기 상대인 대만에 1-6 패배하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다만 체코, 호주, 멕시코,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슈퍼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슈퍼라운드에 올라 1차전 상대인 일본과 2차전 미국에 연거푸 패배했다. 이후 네덜란드와의 맞대결에서 3-1로 승리를 챙기면서 10일 열린 미국과의 3, 4위 결정전에 진출했다. 당시 인천고등학교 에이스 김택연의 7이닝 완봉승에 힘입어 4-0으로 승리를 거두었고 3위에 올랐다.

사진=WBSC

다만 대회 내내 대표팀에게 따라온 수식어가 있다. 바로 '혹사 논란'이다. 대표팀 에이스로 꼽힌 김택연은 오프닝 라운드 2차전 대만전에서 54구를 던진 뒤 하루 휴식 후 호주전에 등판했다. 

이어 하루 휴식을 취한 뒤 푸에르토리코전(6~7일서스펜디드), 8일 미국전, 9일 네덜란드전에 이어 10일 미국과의 3, 4위 결정전까지 무려 5연투를 펼쳤다. 

특히 마지막경기인 미국과의 3, 4위 결정전에서도 7이닝 98구 완봉승을 거두면서 대표팀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택연의 역투 속에서 따라온 것은 에이스의 연투였다. 어린 나이에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고, 이는 프로 진출 이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전해진다.

특히 지난 12일(한국 시각) 대만 현지 매체 ET투데이는 이번 혹사 논란과 함께 과거 이영복 대표팀 감독이 보인 올바르지 못한 언행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이영복 감독은 "지난 2011년 U-18 대회에서 납득하지 못할 판정을 보인 심판을 식당에서 만나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직후 이영복 감독은 항의를 이어갔고 이는 1경기 출전 정지로 이어지는 중징계가 됐다. 당시 이 감독은 대표팀을 지휘하지 못한 채 호텔에 머물러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매체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3년, 이영복 감독은 투수 혹사 논란으로 중심에 서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김택연이 다른 선수보다 출전 빈도가 잦았다. 혹사 논란을 이 감독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짚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문서 내용

선진 야구의 방법은 어떠할까.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아마추어 야구 규정에 따르면 '선수 보호를 위해 투구 수와관계 없이 3연투를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해당 문서 내용에 따르면 아마추어 투수는 1일 110개 초과 투구를 금지한다. 91~110개를 던졌을 경우엔 4일 휴식이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아마추어 선수는 3연투 이상 투구를 펼치면부상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이영복 감독은 대회 규정에 맞게 투수를 운영했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감독과 현장 인터뷰를 취한 모 매체에 따르면 이 감독은 "동메달 결정전에 가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지금까지 투수가 던진 것은 작년과 비교해 거의비슷한 투구 수로 공을 던졌다"라며 "혹사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 대회 주최에서 규정을 만든 것이다. 이에 맞춰서 경기한 것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국전 완봉 역투를 선보인 에이스 김택연. 사진=WBSC 제공

에이스로 꼽힌 김택연 덕분에 대표팀이 동메달 영예를 안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향후 KBO리그를 빛낼 자원으로 꼽히는선수 한 명의 어깨와 팔꿈치로 따낸 이 성적이 과연 값진 결과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아마 야구 에이스로 꼽힌 변진수, 곽빈 역시 아마추어 시절 연투로 인해 프로에서 수술대에 오르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감독 개인의 승부욕일지 아니면 팀 승리가 우선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어디에도 선수의 미래를 위한 배려가 없었다.

당장의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선수의 성장보다 성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야구의 문제점이 그대로 보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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