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단약 돕는데" 민원에 지원도 못받아…마약 민간재활시설 '위기'
재정난 심각…지자체, 예산부족 이유로 지원 안해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주간 문을 닫았더니 뿔뿔이 흩어졌어요. 그 사이 2명이 중독 증세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손을 댔다가 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임상현 목사는 최근 직함 하나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바로 경기도다르크 센터장이다.
마약 중독자 주거형 정신재활시설인 이 곳이 1일 문을 닫고 입소자 15명을 내보냈다. 지자체 에 신고하지 않고 시설을 운영했다며 남양주시가 경찰에 고발한 뒤 개선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센터가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센터가 다시 직원 5명을 채용하는 등 요건을 맞춰 정신재활시설로 신고했지만 남양주시는 인근에 초중고가 있다는 이유로 12일 이를 반려했다.
임 목사는 "정신재활시설은 신고 대상이지 허가 대상이 아니며 교육환경보호구역법 등에 따른 유해시설도 아니다"라면서 "법적 요건을 갖췄는데도 반려했으니 남양주시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다르크가 입주한 남양주시 호평동 시설엔 반경 250m 주변에 초중고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을 폐쇄해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재활·치료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민간재활시설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는 실정이다.
경기도다르크의 사례처럼 편견에 기반한 혐오로 철수를 요구받거나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원을 거절하는 일이 일쑤다.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에서 빠져나오려면 단약 의지 및 회복이 중요한 만큼 생활 밀착형 재활 기관이 뿌리 내리게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남 김해에서 마약 중독자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한부식 김해 리본하우스 원장은 현재 입소자 4명과 함께 생활 중이다. 입소자로부터 월 18만원의 입소비와 일부 후원금을 받고 있지만 80% 이상은 사비로 충당한다.
한 원장은 "시설을 3년 정도 운영해오면서 지자체에 예산 지원을 신청했지만 거절만 당했다"면서 "시설 운영을 위해 모았던 돈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마약 중독자 재활을 돕는 시설은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중독재활센터와 민간이 운영하는 재활시설로 크게 나뉜다.
지난해 마약사범이 1만8000명 넘게 적발돼 역대 최고를 기록하자 정부는 서울·부산·대전에만 있는 중독재활센터를 내년까지 17개 시도에 확대하고 24시간 상담 콜센터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통한 단약 의지 및 일상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다르크처럼 입소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회복 단계를 밟아가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주거할 수 있는 재활시설로는 민간 시설인 다르크가 유일하다. 하지만 국내에 4곳밖에 없어 수용인원이 30명 정도에 그친다.
한 원장은 "마약범죄의 재범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교도소에 갔다 오면 갈 곳이 없어 다시 이전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우리 시설도 단약 의지를 보이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만 경제적 여건 및 시설 관리 규정 때문에 4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설 확대에 신중한 편이다. 식약처 산하의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우리도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입소시설을 운영했지만 '마약소굴' 등 우려가 제기돼 폐지했다"며 "현재 재활센터 지부부터 늘려 회복 거점을 마련하는 등의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형 민간재활시설을 향한 공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보건복지부는 관련 권한 대부분이 지자체에 이양돼 있어 먼저 손을 내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신재활시설은 신고 수리, 운영비 지원 등 권한 대부분을 지자체가 갖고 있다"면서 "정신건강 증진 시설 확충 사업은 수리 시설 및 증개축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해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지자체에 시설 등록부터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마약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대표적 범죄"라면서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 재활·치료처럼 마약 재활에도 공적 자금을 더 많이 투입하고 국가 차원에서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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