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뺀 현대차 '정년연장' 카드, "최대 실리 챙겼다"

안경무 기자 2023. 9. 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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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400% 지급 등 역대급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끌어낸 가운데, 노조 핵심 요구안인 '정년 연장'은 수용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노조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데, 임단협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정년 연장 카드를 요구안에 포함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수용 가능성과 상관 없이 향후에도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을 꾸준히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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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기본급 인상·성과금 등 역대급 합의
'정년 연장' 협의는 내년 상반기로 미뤄
실현 가능성 낮아…사측 압박 용도로 활용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13일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갖고 있다. 2023.06.13. bbs@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400% 지급 등 역대급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끌어낸 가운데, 노조 핵심 요구안인 '정년 연장'은 수용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년 연장은 막대한 비용 발생을 초래해 사측 입장에선 수용이 불가능한 요구안이었다. 노조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데, 임단협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정년 연장 카드를 요구안에 포함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105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지난 6월 13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한 지 91일 만에 이번 합의에 성공했고, 오는 18일 노조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이 합의안을 최종 확정한다. 찬반 투표가 과반 이상으로 가결되면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최종 마무리 짓는다.

업계는 이번 임단협 합의안에 '정년 연장'이 빠져있는 것을 주목한다. 당초 임단협을 준비하면서 노조 집행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분야가 정년 연장 요구안(만 60세→만 64세)였다. 한때 파업을 불사하겠다던 노조는 슬그머니 정년 연장을 뒤로 미룬 채 잠정합의안에 동의했다.

[서울=뉴시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아의 전체 직원은 3만5847명, 이 중 약 55%인 1만9610명이 만 50세 이상이었다. 30~50세 직원보다 5500명가량 많았다. 만 30세 미만 직원은 전체의 6%에 불과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현대차 노조가 정년 연장 카드를 강조한 배경에는 현대차 특유의 '역피라미드 형' 인력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 노조 구성원 중 50대 이상 비율은 전체의 43.7%다. 반면 30세 미만 직원은 9263명으로 50대 이상 직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년을 앞둔 직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실제 임단협을 앞두고 노조 확대 간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의제가 '정년 연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그러나 정년 연장 요구안은 이번 임단협에선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조에 사측은 정년이 지난 이들과 단기계약을 맺는 시니어 촉탁직 계약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그러나 이 제안을 거부했고, 노사는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 정년 연장 협의를 미뤘다. 노조는 언제든지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들기 위해 원안 그대로의 카드로 내려놓았다.

업계에선 노조가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정년 연장' 카드를 제대로 활용했다고 본다. 이 반사이익으로 사측으로부터 역대 최고 수준의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을 받아내며 실리를 챙겼다.

사측은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정년 연장 요구안을 수용하는 대신 다른 요구안을 노조 측 입장에서 더 많이 챙겨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수용 가능성과 상관 없이 향후에도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을 꾸준히 요구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직원 고령화가 뚜렷해지며 정년 연장은 노조 집행부가 포기할 수 없는 안건"이라며 "노조도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당장 이를 관철시키려 하기보다 사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더 많이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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