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산성 부활의 키는 강상재 “올해는 달라요”
프로농구 원주 DB는 올해 김주성 감독(44)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황금기를 상징했던 ‘DB 산성’의 부활을 꿈꾼다. 주춧돌 역할을 맡은 선수가 데뷔 첫 주장을 맡은 포워드 강상재(29)다.
강상재는 지난 12일 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 미토 아레나에서 기자와 만나 “감독님이 나에게 주장직을 맡긴 것은 올해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면서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상재는 2년 전 한국가스공사와 트레이드를 통해 DB 유니폼을 입었다. 큰 키(200㎝)와 함께 긴 슈팅 거리를 자랑하는 스트레치 빅맨인 그는 기대와 달리 센터 김종규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가 합류한 이후에도 DB는 2연속 플레이오프 진출(8위, 7위)에 실패하면서 3년 연속 봄농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상재는 올해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현역시절 최고의 센터였던 김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떼면서 골밑 교통 정리가 시작됐다. 원래 4번(파워포워드)이었던 그가 3번(스몰포워드)에 가까운 3.5번으로 뛰면서 골밑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강상재 스스로도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아직 비시즌이라 몸을 만드는 단계인데도 이미 체지방을 10% 안팎으로 조절하고 있다.
강상재는 “감독님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처음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체중보다 9㎏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에는 (김)종규형도 있고, (서)민수형도 있으니 4번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 변화가 팀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상재의 날렵해진 몸매는 일본 전지훈련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그가 스몰 포워드로 미스 매치를 살리면서 공격이 살아날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높이의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범 전 DB 감독이 강상재를 데려오면서 기대했던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강상재는 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B2리그 고베 스틱스와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평균 18.5점과 6.5리바운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주성 감독은 “이런 경기만 계속 보여주면 우리 팀 선수라서가 아니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상재는 “사실 개인 성적이나 상은 프로에 데뷔한 이래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올해도 상보다는 우리 팀 성적이 욕심이 난다”고 화답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부상 없이 54경기를 치를 때 ‘2강’으로 불리는 SK와 KCC에 결코 밀리지 않는 전력이라는 게 강상재의 설명이다.
강상재는 “(박)찬희형과 가끔 나누는 이야기가 개개인 멤버만 보면 두 팀에게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사실 100% 조직력이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올해는 감독님이 선수 개개인의 본질적인 역할을 세세하게 부여해주시기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상재에게는 남다른 동기부여도 있다. 내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다보니 팀 성적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릴 발판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한 걸음이 부족해 놓쳤던 6위 싸움에서 웃는다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 DB에 꼭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DB의 한 관계자는 “(강)상재는 놓칠 수 없는 우리의 핵심 선수”라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만한 대우를 할 의지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강상재는 “언제나 좋은 성적을 꿈꾸지만 올해는 정말 남다르다. 정규리그 54경기에서 다치지 않으면서 팬들이 만족할 만한 성적과 함께 FA 자격도 얻어보겠다”고 약속했다.
미토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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