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가 살아있다면 푸틴과 전쟁을 반대했을 것”…여성 지휘자로 새 역사 쓰는 옥사나 리니우 인터뷰
고국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 참상과 평화 메시지 적극 전파
“공습에 방공호 숨는 14살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끔찍한 상황”
“전쟁 이후 음악관 달라져. 음악이 더이상 추상적인 게 아니라 직접적 문제 돼”
“이제는 더이상 음악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직접적인 문제가 돼버렸어요. 예를 들어 베르디의 ‘레퀴엠’을 연주한다면 유명한 걸작이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전쟁)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연주하게 됩니다.”
2016년 우크라이나 청소년 교향악단을 만들어 예술감독까지 맡는 등 모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리니우는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일 내한 공연 첫곡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자국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46)의 ‘밤의 기도’를 들려준다. 그가 오르킨과 작업해 만든 이 음악은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으로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 청소년 교향악단과 세계 초연했다.
그는 이어 “단원들을 보면 아버지가 전사하고, 집이 폭격당해 없어지는 등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며 “나 역시 전쟁 이후 한 번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못했다. 어머니와 통화하면 우실 때가 많다. 끔찍하고 슬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단순한 오락의 도구가 아니라 세계에서 당장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성찰이다.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이라며 “예술은 그 자체가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니우가 이번에 아르메니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투리안(38)과 손잡고 들려줄 러시아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1903~1978)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오데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곡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 폭격으로 오데사 음악원 건물이 망가지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물도 손상을 당했다. 많은 것이 파괴되는 걸 보는 건 끔찍한 경험”이라며 “이것에 대해 사람들이 의식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은 평화의 메시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니우는 남성들이 주도권을 쥔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의 ‘유리천장’을 깨부숴온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은 여성 지휘자들이 제법 보이지만,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여자가 나혼자뿐이었다. 교수도 모두 남자였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 무대에서 성공한 여성 지휘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독일에서 한국의 여성 지휘자 김은선(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과 함께 공부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여성 부지휘자를 키우고 있다. 여성 지휘자들을 지원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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