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거리로 나선 생숙 투자자들…'10월 대란' 가능성은?
지난 9월 5일 정부 세종청사 앞. 3천여 명이 모여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레지던스로도 불리는 생활형 숙박시설, 이른바 '생숙'을 분양받거나 사들인 이들이다. 정부가 숙박업 신고 없이 주거 용도로 쓰는 불법 생숙에 대해 다음 달 14일부터 집값의 10% 수준 이행강제금을 물리기로 하자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지킬 수도 없는 어이없는 졸속 법을 만들어 국민에게 알아서 지키고 알아서 책임지라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이 졸속이라 주장한 법은 21년 5월 4일 시행된 개정 '건축법 시행령'이다. 생숙을 공중위생관리법에서 말하는 '숙박업 신고 대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이로써 생숙의 법적 지위는 '숙박업 신고 의무를 갖고 타인에게 투숙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물'로 확실해졌다. 세종 청사 앞 3천여 명은 공포 즉시 시행된 이 시행령으로 전에 없던 제재를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소급 입법으로 기존에 없던 신고 의무가 생겼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숙박 시설'…투기판 되자 규제
시행령 개정 또한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주거 용도 아닌 것을 주거 용도, 혹은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투기판을 벌인 탓이다. 특히 아파트값이 폭등하던 지난 20년~21년 사이 이 판이 커질 대로 커졌다. 주거 용도가 아니다 보니 주택 수에 산입 되지 않는 점이 각광 받았다.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 규제를 피할 수 있던 것이다. 청약통장 없이도 청약할 수 있었고 당첨되면 전매도 가능했다. 금융 규제로부터도 자유로워 은행 돈 끌어다 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급기야 서울 강서구의 한 생숙 분양 최고경쟁률은 6,000대 1을 넘기에 이르렀다. 다섯 달 전 정부가 "생숙을 주택용도로 쓸 수 없게 하겠다"고 규제를 예고한 마당이었다. 한국사회에 '호텔리어' 희망자가 그렇게 많았을까?
2년 계도기간 용도변경 1% 뿐…"속았다"는 투자자도
생숙 광풍이 지나간 지금 일부 생숙 투자자는 "속았다"고 주장한다. "나는 몰랐다"는 것이다. 생숙 지어 파는 시행사의 번지르르한 말을 믿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시행사들이 생숙을 '부동산 규제를 피하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소개하고 홍보했다. "주거 명품" 따위 문구를 내세우기도 했다. 곳곳에서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기성 분양으로 투자자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자들은 법의 쓴맛을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민·형사적 책임과 별개로 성인의 투자행위 뒤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라오는 법이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 "공급 대책 된다"…국토부 "사고 나면 누가 책임"
국토부가 원칙을 고수하는 사이 불법 생숙 단속 개시일은 다가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생숙 이행강제금 폭탄" 등 자극적 용어를 써가며 마치 '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보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우려하는 생숙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10만 호 생숙 소유자 상당수가 이미 숙박업 신고를 마친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부과 역시 각 지자체의 현장 확인 등 시일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당장 다음 달부터 수 만 명이 수천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맞게 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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