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종섭 '꼬리 자르기' 사퇴, 국민 용납 안 해"

단식 14일차 최고위 불참하고 입장문 대체…"특검으로 철저히 진상 규명"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두고 '꼬리 자르기 사퇴'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이 장관 사퇴와 관계 없이 특검으로 해병대원 사망 사건 은폐 의혹을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이 국방부장관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려 하자 이종섭 장관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그간 장관을 해임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묵살해온 대통령은 이제야 수용할 모양"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국방부장관과 안보라인 교체로 '꼬리 자르기'에만 열중한다"며 "국민들은 '꼬리 자르기 사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는 박 대령의 진술서는, 이태원 참사 당시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지,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떠오르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채 상병 순직. 번번이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책임은커녕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니 온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특검법이 발의된 만큼, 민주당은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입대한 지 4개월 만에 차가운 주검이 되어버린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어느 부모가 대한민국 군대에 자식을 보낸단 말이냐"고 했다.

그는 "성역 없는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감추려한들 법적, 도의적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단식 14일차를 맞은 이 대표는 지난 11일에 이어 이날도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했다. 오랜 단식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당분간 당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전날에는 검찰의 재조사 요구에 따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해 4시간40여 분간 2차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의료진이 이 대표를 진찰한 결과 "현재 14일째이고, 통상 10일에서 14일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불가역적 손상이 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식 한계에 온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냈다고 전했다.

천 비서실장에 따르면 의료진은 "아직 체온, 혈당, 혈압은 심각하게 비정상적이진 않지만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증상이 보이고, 7일째 검사에서부터 전해질 불균형에 보이기 시작했고 어제부터는 부정맥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 체중 감소도 상당하다"며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하는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심각한 이상소견이 발생할 경우 단식 중단을 강력 권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단식 중단을 촉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최고위원들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초선의원 모임 등이 차례로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을 만류할 계획이다.

민주당 비명(非이재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래 가면 이 대표의 신상에도 굉장히 위중할 수 있다"며 "최고위원들이 뭐 하시는 거냐? 강제로라도 이 대표를 빨리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초기부터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해온 이 의원은 이날도 "(총선까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고, 우리 당도 대오각성·개과천선할 일들이 많은데 당내외적 여러 쇼크들에 신경을 쓰다 정작 해야 할 부분을 놓치고 있다", " 이 대표의 단식도 하나의 쇼크이기 때문에 당 내에 수북이 쌓여 있는 여러 개혁·혁신 과제들을 지금 좀 지나치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하고 "이 대표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큰 용기지만 또 어떤 때는 여기에서 멈추고 정치를 위해서 나서시는 것도 큰 용기"라고 재차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