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날린 투혼의 발롱도르 후보' 김민재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느꼈다" [SPO 현장]
[스포티비뉴스=뉴캐슬(영국), 이성필 기자] 김민재(26, 바이에른 뮌헨)가 클린스만호 첫 승 소감을 말했다. 꽤 긴 시간이 지났기에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김민재는 13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이겨서 정말 좋다. 다행이다. 한동안 못 이기다 보니까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도 느꼈다.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또 어떻게 해야 이길지도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다가올 10월 A매치 준비도 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재택 근무 논란'으로 흉흉했다. 외부적인 큰 이슈가 많았기에 김민재에게 대표팀 내 분위기를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분위기는 사실 좋았다. 첫 번째 경기(웨일즈전)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해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감독님도 분명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반등은 다행이었다. 김민재는 "팀 분위기는 좋았고 마지막엔 결과까지 얻었다. 이번에는 공격과 수비 11명이 열심히 뛰어 무실점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9월에는 힘들게 이겼지만 10월엔 두 경기를 다 이기도록 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이후 6경기 만에(6개월 만) 승전고를 울렸다.
한국은 웨일즈전과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홍현석 대신에 황희찬을 선발로 꺼냈다. 전방에는 조규성과 손흥민이 맡았고, 허리에는 황희찬,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이었다. 포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였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한국은 두 줄 대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공략했다. 황희찬과 이재성이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손흥민은 프리롤로 뛰며 원톱 조규성을 지원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몰아쳤다. 전반 3분 황인범이 볼을 잡고 돌아서면서 돌파했고 조규성에게 패스했다. 슈팅은 막혀 코너킥이 됐다. 이후 손흥민, 이재성이 공격의 키를 잡고 사우디아라비아 진영에 볼을 보냈고 황희찬이 슈팅을 했다. 황인범은 허리에서 공격적인 전방 패스를 시도했지만 오프사이드 등에 걸려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한국의 조직력은 다듬어지지 않았다. 후방에서 실수가 나왔다. 골키퍼 김승규와 중앙 수비 정승현의 사인이 맞지 않아 실책이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회를 포착해 슈팅했지만, 김승규의 슈퍼세이브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측면 공격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고 손흥민, 이기제가 열을 올리며 사우디아라비아를 공략했다. 전반 11분 손흥민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점점 분위기를 올렸다. 한국을 압박하며 빠르게 볼을 탈취했고 역습으로 이어갔다. 전반 17분 위협적인 기회를 잡았다. 알 샤라니가 크로스를 올린 걸 알 함단이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한국 수비에 맞았다. 전반 19분엔 프리킥으로 한국을 위협했는데 골키퍼 김승규를 뚫지 못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공세를 막아낸 뒤 주도권을 잡아갔다. 박용우, 이재성이 허리에서 볼을 점유했고 전방에 손흥민에게 전달했다. 손흥민은 전반 25분 슈팅 기회를 잡았는데 이번에도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곧바로 역습했지만 김승규의 선방쇼에 막혀 울분을 삼켰다. 사우디아바리아는 후방 롱 패스로 한국 진영에 볼을 투입했다.
밀고 당기는 공방전 속에 한국의 선제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조규성이었다. 전반 31분, 이재성이 우측에서 중앙으로 볼을 보냈고, 손흥민이 다리 사리로 흘려 리듬을 이어갔다. 황인범이 움직임을 포착해 스루패스를 시도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수비 벽에 걸렸다. 하지만 높게 튄 볼이 조규성에게 전달됐고, 강한 피지컬과 집중력 높은 헤더로 사우디아라비아 골망을 뒤흔들었다.
한국은 선제골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더 몰아쳤다. 조규성이 볼을 잡아 손흥민에게 패스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 가까운 장면이 만들어졌다. 다급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격한 태클로 막았다. 페널티 킥에 가까운 순간이었지만, 판정은 코너킥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 킥을 주장했고 땅을 치며 주심에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쉬웠지만 한국의 공격은 매서웠다. 전반 37분 조규성이 박용우 크로스를 발에 댔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에 막혔다. 이어 손흥민이 이재성의 패스를 잡아 방향 전환을 했다. 황희찬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좁은 수비망에 걸려 득점하지 못했다. 전반 42분엔 황인범의 슈팅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에 맞고 굴절돼 자책골이 될 뻔 했지만 밖으로 나갔다. 코너킥 등 세트피스에서도 위협적인 장면을 연달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전에도 공격에 열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 가리브를 빼고 알 부라이칸을 투입했다. 한국은 김민재의 환상적이고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에 이재성, 손흥민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수비를 흔들었다. 이재성이 볼을 잡고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골키퍼까지 뚫지 못했다. 한국은 기세를 몰아 더 사우디아바리아를 밀어 붙였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이 최적의 포지션에 위치했고 간결한 패스 워크로 사우디아라비아 골망을 조준했다. 황희찬도 특유의 저돌적인 개인 기량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흔들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맹렬한 공격에 흔들렸다.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며 애를 썼다. 몇몇 역습에서 위협적인 장면은 있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후반 16분 알 함단이 일대일 기회를 맞았고 슈팅까지 했는데 오프사이드가 됐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반격을 코너킥 등 세트피스로 대응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밤하스우드, 알 하자지를 투입해 고삐를 당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저돌적인 황희찬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한국은 황희찬 등을 중심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박스 안에 투입했는데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 문선민을 투입해 전방에 에너지 레벨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내리기보다 맞불을 놓으며 한국 골문으로 다가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 가남, 알 비시를 투입했고, 한국은 강상우 카드를 꺼냈다. 후반 초중반까지 몰아쳤던 한국은 점점 체력이 떨어졌다. 킥오프부터 벌어졌던 공격과 수비 간격은 더 넓어져 사우디아라비아에 볼 점유유를 내주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종료 직전까지 엄청난 공세를 퍼부었다.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에 동점골을 넣으려고 총력을 다했다. 한국은 김민재 등이 몸을 던져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막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몇몇 기회를 결정짓지 못하면서,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한편 김민재는 대표팀 합류 전 발롱도르 후보에 관해서도 말했다.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중국에서 뛸 때만 해도 운이 참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튀르키예를 가고, 나폴리 가고, 또 뮌헨으로 가게 됐다. 나폴리에서 상도 받았고 발롱도르 후보까지 올랐다. 이제 운이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서 많은 결과와 성과를 얻었다. 이제 소속팀에서 꾸준한 모습으로 더 잘 해야 할 것 같다. 소속팀에서 잘 뛰어야 대표팀에서도 큰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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