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에만 250억 ‘우르르’ …이차전지 더 빠진다며 개미 몰린 주식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출처 : 연합뉴스]

“매국노 ETF.” “공매도 세력과 손잡고 큰 수익 나시길.”

한 포털 사이트의 ‘KBSTAR 2차전지 TOP10 인버스(합성)’ ETF(상장지수펀) 종목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대형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ETF가 출시되면서 기존 이차전지 주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하지만 이차전지 종목들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KBSTAR 2차전지 TOP10 인버스(합성)’ ETF를 249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POSCO홀딩스(740억원), 금양(485억원), LG에너지솔루션(354억원) 등에 이어 전날 개인 순매수 6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242억원), KODEX 레버리지(196억원)을 제치고 ETF 중에서는 1위에 올랐다.

이 종목은 대형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ETF다. 이차전지 관련주 중 유동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을 기초로 산출되는 iSelect 2차전지 TOP10 지수를 -1배로 추종한다. 즉 대형 이차전지주가 1% 오르면 1%의 손실을 보고, 1% 떨어지면 1%의 수익이 나는 구조다.

같은 날 ‘KBSTAR 2차전지 TOP10’ ETF도 출시됐다. ‘인버스’라는 글자가 빠진 이 ETF는 2차전지 TOP 지수를 정방향으로 1배 추종한다. 이차전지 인버스 ETF의 첫날 거래대금이 691억원이었던 데 반해 이 ETF의 거래대금은 100억원에 그쳤다.

이차전지 인버스 ETF 출시 소식에 기존 이차전지 종목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처럼 특정 지수의 인버스 ETF 상품은 있었지만 특정 업종을 타깃으로 한 인버스 ETF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차전지 인버스 ETF가 출시되자마자 대형 이차전지 종목들이 일제히 곤두박질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이차전지 TOP10 지수에서 비중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1.67%), POSCO홀딩스(-4.21%), 삼성SDI(-2.62%), 에코프로비엠(-4.31%), 에코프로(-5.10%) 등이 전날 일제히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전날 이차전지 종목의 동반 약세와 이차전지 인버스 ETF 출시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차전지 인버스 ETF는 ‘합성’ ETF로, 지수 구성종목을 직접 편입하는 게 아니라 스와프(Swap) 계약을 통해 지수의 등락 자체만으로 수익률을 결정짓는다. 실물 ETF가 아니기 때문에 이차전지 인버스 ETF가 이차전지 종목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인버스 ETF의 특성상 중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또 고평가 논란이 있기는 하나 이차전지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의구심은 크지 않은 만큼 이차전지 인버스 ETF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차전지 인버스 ETF 기초지수를 기준으로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은 낮아진다”며 “일별로 2차전지 인버스 보유기간에 따른 수익률 분포 추이를 살펴보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였을 때 상위 25% 수준이 11.3% 임을 감안해 목표수익률을 세울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