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상장폐지 해주세요”… 삼목에스폼 주주들은 왜 성수동 회장님 집으로 몰려갔나

정현진 기자 2023. 9.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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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거푸집 제조사 삼목에스폼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측에 자진 상장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일평균 거래량이 유통주식 수의 0.2%에 불과해 주주들이 주식을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가 8년째 주당 100원 수준의 '쥐꼬리 배당'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삼목에스폼 실적이 좋아지면서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배당을 늘릴 것이라 기대했다.

조선비즈는 삼목에스폼 측에 소액주주연대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고자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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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거푸집 제조사 삼목에스폼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측에 자진 상장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일평균 거래량이 유통주식 수의 0.2%에 불과해 주주들이 주식을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가 8년째 주당 100원 수준의 ‘쥐꼬리 배당’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차라리 회사가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 주식을 사들여 자진 상장폐지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삼목에스폼 소액주주 연대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김준년 삼목에스폼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독자 제공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는 8월 중순 자진 상장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재개했다. 김준년 삼목에스폼 회장의 서울 성수동 자택과 역삼동 삼목빌딩 앞에서 매일 집회가 열린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7월 19일 집회 시작 후 회사 측을 만나 8월 14일까지 자사주 처분 공시를 하고 주주환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후 집회를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자 다시 집회에 나섰다.

삼목에스폼은 건설 토목용 알루미늄 거푸집(알루미늄 폼) 생산 회사로, 199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최대주주인 에스폼과 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66.84%를 갖고 있다. 나머지 27.63%가 소액주주 지분이다.

소액주주들은 삼목에스폼이 배당에 지나치게 인색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2015년 배당금을 주당 50원에서 100원으로 올린 이후, 8년째 100원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목에스폼 실적이 좋아지면서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배당을 늘릴 것이라 기대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598억원으로 2021년 대비 352% 증가했다.

그러나 삼목에스폼은 주주들의 기대를 깨버렸다. 삼목에스폼은 올해도 주당 100원의 배당금을 유지했다. 주당이익이 2021년 997원에서 지난해 3930원으로 올랐는데, 배당은 그대로인 것이다. 삼목에스폼의 시가 배당률(배당금을 배당 기준일 주가로 나눈 비율)은 0.61%에 그친다. 코스닥 상장사의 평균 시가 배당률(1.88%)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배당 총액은 13억원으로, 2019년 대비 약 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목에스폼 안성사업장 전경./삼목에스폼 제공

삼목에스폼은 2016년 5월 63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해 이미 주주들의 신임을 잃었다. 당시 삼목에스폼은 발행 주식의 절반 수준인 490만주를 새로 찍어냈다. 주당 1만2950원에 구주 1주당 0.5주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었다. 회사 측은 자금 조달 목적으로 진천공장 부지 매입과 공장·기숙사 건설, 시화공장 재건축 등을 꼽았다.

당시 일반 주주들은 삼목에스폼이 단기 차입금 없이 현금성 자산만 수백억원에 이르는데도, 시설 투자 비용을 전액 유상증자로 조달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2015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삼목에스폼의 자산 총계는 2425억원, 현금·현금성 자산은 271억원에 달했다. 삼목에스폼은 창립 이후 최근까지도 ‘무차입 경영’을 고수했다. 회사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공장 기숙사 아파트 설립과 같은 직원 복지 비용까지 주주에게 떠넘겼다는 게 소액주주연대 측 입장이다.

당시 유상증자 공시 발표 직후 삼목에스폼 주가는 20% 가까이 내렸다. 주주들은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회사의 소액주주 무시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연대를 이끄는 이보열 대표는 “갑작스러운 유상증자에 당황했지만, 시설 투자로 회사의 체력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주주환원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로 그동안 장기 투자했다”면서 “하지만 시설 투자가 마무리되고 회사가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는 중에도 100원 배당금을 유지한다는 것은 소액주주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조선비즈는 삼목에스폼 측에 소액주주연대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고자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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