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못 막으면, 또 다른 독재자가 같은 행동할 것”
“푸틴은 전 세계에 군사력이 있고, 핵무기를 가진 국가는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국제사회를 파괴하고, 무력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을 넘어서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회가 협력해 국제질서와 정의를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또 다른 독재지도자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인권 단체 ‘시민 자유 센터(Center for Civil Liberties·CCL)’를 이끄는 인권 변호사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40)는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러시아는 하나의 제국”이라며 “러시아는 에너지만 있다면 제국을 더욱 확장하려는 할 것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사회가 막지 못하면, 러시아는 앞으로 더욱 진격하려 할 것”이라고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민자유센터는 2007년 설립됐다. 마트비추크는 대학에 다닐 때 소련 전체주의에 맞서 투쟁한 민주화 운동가이자 작가·철학자였던 예브게니 스베르스추크에 영감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마트비추크는 “스베르스추크는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면서 탄압받았고 투옥됐고, 정신병원에도 갇혔었다”면서도 “그를 보며 언어와 지위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위해 저항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을 졸업한 뒤 시민자유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민자유센터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 주거지 학교, 교회, 병원 등에서 벌인 전쟁범죄 5만여 건을 문서화하는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의 전쟁범죄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공을 세웠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시민자유센터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마트비추크는 러시아의 전쟁범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했을 때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벌이기 전인 2014년부터 전쟁범죄를 벌여왔다”며 “러시아는 ‘두려움’을 전쟁에 이용하기 위해 학교, 교회, 병원, 가정집을 공격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간, 납치,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러시아는 일반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함으로써 저항 의식을 꺾으려 한다”며 “러시아는 체첸, 몰도바,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도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질렀으나, 한 번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러시아인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트비추크는 “자전거 타는 시민을 탱크가 공격하고, 공을 갖고 마당에서 노는 14살 아이를 총으로 쏠 이유는 없다”며 “그저 러시아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의 국제법 시스템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행한 푸틴 대통령도, 그와 뜻을 같이하는 러시아 군부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 현재의 국제시스템은 우크라이나가 처한 참혹한 현실을 막을 수 없다”며 “어떤 국제재판소도 푸틴이나 군사령관, 러시아 고위지도층을 기소할 수 없다”며 “결국 푸틴의 전범을 물을 새로운 재판소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고, 전체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국제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마트비추크는 “그 누구보다 한국인은 점령이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고 믿는다. 이산가족이 아직 있지 않냐”며 “동료와 친구, 시민을 고문, 성폭행, 폭행이 자행되는 위험한 지역에 둘 수는 없으며 생명은 정치적으로 타협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단지 영토가 아닌 사람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한국이야말로 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점령당하지 않으려 싸우는지 이해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저항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나라에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 민족 자체가 없어지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지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개념에서 ‘우크라이나가 빨리 이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쪽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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