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한국 주식 팔아도 채권은 샀던 외국인들, 8월은 아니었다…왜?

권애리 기자 2023. 9. 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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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13일)은 외국 자본 이야기군요. 지난달에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를 많이 빠져나간 게 포착되었다고요.

<기자>

주식시장에서도, 그리고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이른바 바이 코리아, 한국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셀 코리아, 팔고 나가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증시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1조 2천억 원어치 정도를 팔고 나갔고요. 채권시장에서는 1조 400억 원 넘게 팔고 나갔습니다.

주식과 채권 모두 합쳐서 8월 한 달 동안 2조 2천억 원 규모의 외국 돈이 순 유출된 겁니다.

이런 얘기 들어보신 적 있나요?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에서는 손을 뗄 때도 한국 채권은 산다.

한국 채권을 산다고 하는 건 한마디로 한국 정부와 기업에 돈을 빌려 주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많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제 한국 경제도 기초가 튼튼한 꽤 큰 덩치의 경제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떠날 때도 그 돈이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한국 정부와 기업에 돈을 빌려주려고 한다, 실제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이는 편인데요.

8월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증시와 채권 모두에서 외국 돈이 동시에 빠져나간 건 지난해 9월 이후로 처음입니다.

적어도 지난달에는 한국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도 돈을 빌려주는 것도 해외 자본이 크게 매력을 못 느꼈다고 봐야 하는 거죠.

<앵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가요?

<기자>

일단 주식시장부터 보면 한국의 증시는 결국 한국의 수출이 얼마나 잘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보시는 표는 우리 수출액 추이와 코스피 지수, 지난 13년 동안의 변화를 함께 보여주는 표입니다. 어떠세요?

그야말로 같이 움직이는 게 한눈에 보이죠. 수출이 좋을 때는 증시도 함께 오르고 수출이 좋지 않으면 증시도 함께 빠집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 그제까지 발표된 이달 10일까지의 실적만 봐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20% 가까이 되고 특히 반도체 같은 주력 부문에서 대중 수출 비중이 크다 보니까 중국 경기가 저렇게 안 좋으면 한국 수출은 계속 어렵겠지, 외국인들도 생각했다는 거죠.

그동안 우리가 많이 노력해서 중국 의존도를 꽤 줄여 오기도 했고요.

오히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중국 시장에 흥미를 잃은 외국 자본이 우리에게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한편에서는 있었는데요.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크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갈등하는 대신 조금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다른 신흥국들, 인도나 베트남 주식시장에는 올해 들어서 외국 돈이 엄청나게 밀려들어가고 있는 거랑 좀 대조적이죠. 

우리나라는 이런 식의 중국 경제 침체로 인한 반사이익보다는 아직은 손해가 조금 더 크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미국보다 우리 금리가 많이 낮아서 우려가 있었죠. 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과 우리의 기운 금리 차가 역대 최대폭 수준으로 벌어져 있죠.

우리보다 훨씬 안전한 경제 대국인 미국이 우리보다 이자도 더 잘 준다고 하는 겁니다.

채권시장으로 얘기하면 미국 정부에게 돈을 빌려주면 한국 정부보다 이자를 잘 줍니다.

채권시장에서도 돈이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지금은 아무래도 미국일 수밖에 없겠죠.

우리 경제도 이제 꽤 크고 튼튼하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위험하게 유출되는 상황까지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신용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은 지난달에도 모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만 미국과 이 정도로 금리만 역전되어 있는 게 아니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실물 경제까지, 수출까지 계속 좋지 않으면 지난달처럼 증시와 채권 모두에서 외국 자본이 야금야금 떠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수출이 여전히 좋지는 않지만 바닥을 다지고 있기 때문에 4분기부터는 상황이 좀 나아질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그렇게 돼야 할 텐데요. 여기에 더해서 우리의 전반적인 부채 상황도 좀 더 관리가 잘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오늘도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부채 관리 자체가 상당히 문제라는 얘기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것도, 채권 쪽에서 보면 사실 이건 크레딧(신용) 문제라는 거니까요. '투자 심리를 조금 제약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라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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