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와 WTA 조직 통합 논의 시작 "4대 대회 포함하여 남녀가 함께하는 것"
남자 투어를 관할하는 ATP와 여자 투어를 운영하는 WTA가 이달 말 영국 런던에서 조직 통합을 위한 협의를 개최할 것으로 외신 UBITENNIS가 보도했다.
2020년 4월에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남녀 테니스 투어가 중단되고 재정난을 겪고 있던 가운데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남녀 테니스를 통합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인가? 남녀 단체를 통합하는게 좋다"며 제언을 하기도 했었다.
사실 안드레아 가우덴지 ATP 회장도 남녀 투어를 총괄하는 단일 단체를 만드는데 찬성 입장을 보여 왔다.
그는 얼마 전 미 경제지 Forbes와의 인터뷰에서도 "내 비전은 ATP와 WTA가 4대 대회를 포함해 하나의 조직 아래 통합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즉 남녀 선수가 테니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50%씩 갖게 된다. 그 절반은 여자 선수이고 다른 절반은 남자 선수가 된다. 테니스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권리는 4대 대회와 마스터스를 포함한 모든 카테고리의 토너먼트에도 50%의 비율로 부여된다. 그 이념은 기본적으로 남자 투어와 여자 투어, 테니스 선수와 대회에 관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테니스 조직과 운영 기관이 전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선수, 대회 및 기타 관련 요소를 균형 있게 다루면 스포츠 전체의 번영과 성공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테니스계는 ATP와 WTA, 4대 그랜드슬램 대회, ITF(국제테니스연맹) 등 총 7개의 독립적인 운영단체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체제의 불명확성이 큰 과제였다. 사실 남녀 총괄단체를 합병하는 것에 호의적인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재정난 극복뿐만 아니라 보다 단순한 경영구조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테니스계의 조직통합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남녀 총괄 단체가 각각 독자적인 상업 파트너와 TV 방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 나아가 흥행 수입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관련되어 있다. 덧붙여서 미 뉴욕에 본사를 둔 Pro Publica가 발표한 최신 자료를 보면, 2021년 시즌에 ATP가 1억7천680만달러(약 2천343억원)의 수익을 올린 데 비해 WTA의 수익은 8천780만달러(약 1천163억원)로 절반에 그치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현재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남녀가 같은 액수의 상금을 받고 있지만 남자 선수의 수입은 여자 선수보다 약 75%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조직통합이 이뤄질 경우 남녀 불문하고 모든 선수가 각 대회에서 확실하게 같은 액수의 상금을 받기 위해 재정 재분배가 이뤄질 수 있고 그것이 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남녀 단체의 통합 논의는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사태가 급전개를 맞이했을까? UBITENNIS에 의하면, 최근 여러 스포츠 종목에 재정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머니를 활용한 프로 골프 투어에 투자를 하면서 LIV 골프와 미국 PGA 투어, 유럽의 DP 월드투어의 분열을 일으킨 바 있다. LIV골프가 파격적인 상금으로 스타 플레이어를 유치했다가 미국 PGA투어에서 LIV로 이적한 일부 선수에게 PGA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고 그 대응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한다며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결국 올 6월에는 LIV골프, PGA투어, DP월드투어가 하나의 상업단체로 통합되었다.
테니스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입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 나라는 스포츠를 이용해 과거 인권문제나 여성차별 같은 불편한 사실을 씻어내는 '스포츠 워싱'이 문제시 되고 있어 테니스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입을 쉽게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올 11월에 열리는 21세 이하 남자 테니스 시즌 최종전 ATP 넥스트젠 파이널스 개최지가 27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로 결정되었다. 이에 대해 존 매켄로(미국)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레전드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에서 열리는 남녀단체 통합 협의는 조직통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어서 어떤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테니스계가 새로운 걸음을 내딛으려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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