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못 볼뻔한 조선 공주님 옷…‘이 가수’ 덕분에 되살아났다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9. 13. 0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LA에 있던 활옷 1점
RM이 기부한 1억으로 복원
길상무늬 자수에 대홍염색
조선시대 의복중 가장 화려
고궁박물관 특별전서 공개
BTS RM. [스타투데이DB]
13일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 전시실에서 붉은빛에 화려한 자수가 가득한 활옷(조선시대 왕실 여성의 혼례복)이 화려한 새 날개처럼 펼쳐졌다.

전세계적으로 50여점만 남아있을 정도로 귀한 활옷 9점과 관련 유물 110여점을 모아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특별전 ‘활옷 만개’에 앞서 가진 언론공개회에서 먼저 선보였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소장품인 20세기 초반의 활옷은 K팝 대표 그룹 방탄소년단 RM(김남준·29)이 기부한 1억원으로 보존 처리를 거쳐 처음 공개돼 화제가 됐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 옷은 자수 형태와 실의 색감 등 보존 상태가 양호해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LACMA소장 활옷 앞면. [사진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이 혼례복은 양쪽 소매를 다 펼쳤을 때 길이가 약 172㎝, 세로 127㎝에 이르고, 연꽃과 모란, 봉황, 백로, 나비 등 혼례를 올리는 부부의 행복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길상무늬가 한 땀 한 땀 수놓아져 한폭의 예술작품이었다.

활옷은 조선시대 공주나 옹주 등이 혼례때 입던 ‘홍장삼(紅長衫)’에서 비롯된 예복이다. 사치를 배격했던 조선시대에 유일하게 화려한 자수와 귀한 붉은빛 대홍(大紅) 염색, 아름다운 금박 등으로 만들어 왕실뿐 아니라 민간으로도 널리 퍼져 혼례 때 신부복이 됐다.

LACMA 소장품 활옷은 1939년 미술품 수집가 벨라 매버리 씨가 기증했다지만, 정확히 누가 입었던 옷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남아있는 활옷 중 착장자가 확인된 것은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의 활옷(1830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이 유일하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전시에 이 활옷이 등장하게 된 것은 지난 2021년 9월 서울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나라 밖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써달라면서 1억원 기부를 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1년 후 또다시 1억원을 기부하며 기부자가 RM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재단 측은 국외 소재 문화재 중 LACMA 활옷 보존처리가 결정된 후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들여와 약 5개월간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전통복식 전문가는 활옷의 바탕이 되는 섬유, 실 등 재료와 제작 기법을 확인하고 적외선 촬영 조사, 오염물 제거, 손상 직물 보강 등 과정을 거쳤다. 오랜 세월 빛바래거나 가려졌던 자수도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활옷은 내년에 미국 현지에서도 전시를 통해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RM은 앞서 지난 6월 재단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현대미술 뿐 아니라 전통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다”며 “보존 처리가 필요한 국외소재 문화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존 처리 후 다른 활옷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활옷 연구에 도움이 되고,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우수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문화유산 보존·복원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해 문화재청 감사패도 받았다.

RM이 지난해 추가로 기부한 1억원은 전 세계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는 한국 회화와 관련한 정보를 담은 ‘한국 회화작품 명품’ 도록을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한편 오는 12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활옷의 핵심인 대홍(大紅) 염색을 하는 모습과 차림 과정 등을 보여주는 영상과 활옷 작업 공간 등을 통해 전통 복식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