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 '후끈'…"2년만에 '대어 필패' 깬다"

강은성 기자 2023. 9.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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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관들, 초반부터 '물량확보' 경쟁
공모가 최상단, 경쟁률 1000대1 넘을 듯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Consumer Electronics Show) 개막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두산 전시장에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의 사인 스피닝(Sign Spinning)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2020.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IPO(기업공개) '대어'(大漁) 두산로보틱스(454910)가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초반부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년여간 몸값 1조원이 넘는 대어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을 연기했던 것과 달리 두산로보틱스는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공모가 최상단 이상을 확정할 확률이 높아졌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두산로보틱스의 기관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들이 대거 몰리며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기관 수요예측은 통상 2일간 진행됐으나 지난 7월부터 당국이 '허수청약 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5일로 확대됐다.

수요예측 기간이 5일로 늘어나면서 타 IPO의 경우 예측 마감일에 참여하는 기관이 대부분이었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수요예측 첫날부터 '직진'하는 기관이 줄을 섰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허수청약 방지를 위한 주금납입능력 확인 등의 절차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두산로보틱스에 몰리고 있는 기관의 수요는 '찐'(실수요)이다"라며 "예측 초반 눈치보기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모든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1주라도 더 받기 위한 물량확보전에 돌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수요예측 초반부터 분위기는 아주 뜨거운 상황"이라면서 "최근 로봇주에 시장의 자금이 많이 쏠리는 상황이었는데, 대부분 코스닥 중소형 종목이었지만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매출 1위, 글로벌 1위로 상장 이후에도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기 때문에 물량 확보에 주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관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아지면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이나 그 이상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들이 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경쟁적으로 써내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희망 공모가범위(밴드)는 2만1000원~2만6000원이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부분의 기관들이 공모가 최상단 이상을 써 냈기 때문에 현 두산로보틱스의 밴드 최상단을 초과한 공모가가 결정될 수도 있을 듯하다"면서 "시장에서는 3만원선까지도 공모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대부분의 수요예측 참여 기관들이 초반부터 공모가 최상단인 2만6000원을 써 내고 있으며 '최상단 초과' 금액도 써내는 기관이 적지 않은 만큼 2만8000원~3만원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기관들이 의무보유확약(보호예수) 설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기관의 보호예수는 짧으면 15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설정할 수 있다. 아예 보호예수를 설정하지 않는 '미확약' 물량이 대량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관 청약경쟁이 치열할 경우 보호예수 기한도 길게 잡을 수밖에 없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IPO에서 보통주 1620만주를 신주 발행하는데, 상장 이후 예정 주식수 6481만9980주 중 24.77%는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에 해당한다. 청약에 참여한기관투자자이 보호예수를 길게 잡을 수록 유통가능 물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적은 유통물량으로 인해 상장후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두산로보틱스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1000대 1의 경쟁률을 넘은 공모주는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상장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중소형 공모주였다.

상장 시총 1조원이 넘는 대어는 반도체 스타트업 '파두'가 유일했으나 기관 수요예측은 362.9대 1로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일반청약경쟁률은 79.75대 1로 사실상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때문에 상장 후 주가 흐름도 부진한 상태다.

파두에 앞서 컬리, 오아시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케이뱅크 등 조단위 대어들은 아예 상장 자체를 연기했다. 대어 공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이같은 대어 공모주 투심 회복의 주춧돌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이 작년보다 많이 회복되기도 했고, 유동자금도 적지 않다"면서 "로봇주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 두산로보틱스의 공모 흥행은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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