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명 몰린 ‘드림아카데미’, 이들은 왜 K-팝 스타가 되려 할까···3가지 포인트
‘K-팝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공고에 단숨에 지원자가 12만 명이나 몰렸다. 첫번째 미션 영상에 대한 팬 투표에는 세계 각 지역에서 약 119만 표가 쏟아졌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진행하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에 국내외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여느 오디션처럼 방송 프로그램으로 중계하지 않는데다, 투표도 팬덤 라이프 플랫폼 위버스(Weverse)와 유튜브를 통해서만 진행되고, 팝 본고장 미국 회사도 아닌 한국의 기획사가 주도하는 이 행사에 왜 글로벌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드림아카데미 인기 요인으로 ‘K-팝’ ‘제작 시스템’ ‘꿈의 실현’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K-팝은 주류 팝 시장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스포티파이 등 해외 유명 음원 서비스에서는 K-팝을 R&B나 힙합처럼 별도의 플레이리스트로 분류해서 제공한다.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상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는 아예 K-팝 아티스트 상이 신설됐다. 그 정도로 독립된 장르가 됐다는 의미다.
루미네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트리밍(음원+영상) 기준 톱 1만위 음원의 언어 비중에서 한국어는 3.1%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 80억 인구 중 한국어를 쓰는 인구의 비율이 0.6%임을 감안하면 전세계 음악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K-팝이 지정학적 의미를 넘어 하나의 인기있는 음악 장르로 정착한 상황에서 K-팝 아티스트를 선발한다고하자 참가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둘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착수한 이유에서 밝힌 ‘K-팝 방법론’에 대해 글로벌 음악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K-팝 회사들은 가능성 높은 유망주를 발굴해 전문가들의 지도하에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보컬·댄스부터 인성 교육까지 ‘완성형 아이돌’로 길러낸다. 이어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제작된 앨범으로 데뷔시키고, 팬덤이 형성될 수 있는 커뮤니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을 제공한다. 다른 팝 장르나,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제작 시스템 덕분에 K-팝은 단순히 음악이라는 콘텐츠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방법론으로 확대됐다.
드림아카데미는 ‘보고 즐기며 동경하던’ K-팝을 ‘직접 실연하며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장으로 평가 받는다. 실제 이번 경연에 참가 중인 셀레스테(아르헨티나)는 자기 소개 영상에서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관람했던 후기를 들려주며 “K-팝을 처음 접하고 감명 받았다. 언젠가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마라(브라질)는 “피부색이나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며 K-팝 스타가 되는 데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해외에서 K-팝 커버 댄스 행사가 열리면 수만명이 몰릴 정도로 잠재적인 K-팝 스타 지망생들이 많았다”며 “드림아카데미가 수많은 예비 스타들에게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K-팝이 지닌 다양성과 무궁무진한 확장성도 매력 포인트다. K-팝의 전체 글로벌 음악 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으로 아직 낮지만, 다양한 세대와 인종을 결집할 수 있는 콘텐츠로써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블랙핑크의 리사(태국)나 트와이스의 모모, 미나, 사나(일본), 쯔위(대만)의 모국 팬들은 K-팝 아티스트로서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이들을 보고 뿌듯해 한다. 팬들은 마치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를 바라보듯 자국 출신 멤버를 응원하고, K-팝은 쉽게 넘볼 수 없던 주류 팝 시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됐다.
아시아권뿐 아닌 북남미 지역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있다. 미국 콘텐츠 산업동향 보고서(2023년 3호/KOCCA)를 살펴보면 현지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 다양한 민족을 대표하는 Z 세대의 K-팝 소비 비중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Z 세대는 다른 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80% 더 K-팝을 듣는다고 답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시대적 흐름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음악과 퍼포먼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해외 젊은 층의 정서가 드림아카데미와 일치하는 측면이 많다”며 “앞으로 공개될 미션 퍼포먼스 등 영상은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를 만족시키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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