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면 달랐다…'38세 빚쟁이의 죽음'에 떠들썩한 중국
#. 광저우(廣州)에 사는 38세 중국인 여성 크리스탈 첸. 최근 지병으로 급사한 그의 장례를 마친 후에야 가족들은 그가 평소 얼마나 심각하게 채권자들의 빚독촉에 시달려 왔는지를 알게 됐다. 중국엔 아직 사실상 빚의 연좌제가 있다. 첸의 투자실패로 가족이 갚아야 할 빚은 190만위안(약 3.5억원). 첸은 생전 광저우의 두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중국엔 개인파산법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첸의 변호사 엘리스 루오는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첸이 가장 처음 파산신청서를 제출한 건 2019년이었다"며 "그가 중국에선 높은 수준인 한 달에 1만위안(약 180만원)을 버는 무역판매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졌다면 아마도 천천히 돈을 갚으며 인생을 말년까지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부진과 부채증가가 겹치는 상황에서 부실한 중국의 경제적 사회안전망이 도마에 오른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경제에는 실패의 사례가 많지 않지만,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 실패의 사례가 생겨나고 비로소 '실패할 권리'에 대한 고민도 시작된다. 개인회생 등 사회안전망 재편 없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장하는 '공동부유'도 성립하기 어렵다.
투자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투자에 실패했을 때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안전판이 있느냐 없느냐는 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개인파산은 안전판의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전국에서 39만여건의 파산신청이 접수됐는데 거의 대부분인 37만여건이 개인파산이었다. 한국은 최근 수년간 연 13만건 정도 신청이 접수됐다.
경제규모가 미국의 80%에 달하는 중국이지만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미미하다. 차이나뉴스위크는 "선전에서는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 약 2년여 간 총 1600여건의 개인파산 신청이 이뤄졌는데, 그나마 그 중 70%는 기각됐다"며 "선전으로 신청자가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전 3년 거주, 사회보장기여금 납부자에게만 파산신청을 받아주는 등 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아버지의 빚은 아들이 갚는다'거나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갚는다'는 등 중국의 전통적 등가개념도 개인파산 도입에 걸림돌이다. 기업파산법 제정에도 관여했던 중국정법대 리수광 교수는 현지언론에 "이런 문화가 존재할수록 경제적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며 "개인파산 도입으로 정상적인 사회적 기대를 구축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의 파산이 결국 개인의 파산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회생 없이는 기업의 회생도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엔 지난 연말 기준 약 5200만개 영세 중소기업이 운영 중이다. 대부분 개인 자산과 대출을 통해 사업주의 가족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기업이 망하면 개인이 빚쟁이가 된다. 개인부채라는 투명한 시한폭탄이 돌아가는 셈이다.
경제가 성장일로일 땐 사회안전망이 있는지 없는지 느끼기도 어렵다. 경기가 부진으로 돌아서면 얘기가 다르다. 베이징 소재 로펌 중인의 중지안 수석파트너는 "현재의 경기침체 또는 경기침체 주기에서 개인 및 가계 부채는 더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 전체를 위해 이 제도의 추진이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철학인 공동부유론을 위해서도 사회안전망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수광 교수는 "개인파산은 정직하지만 불행한 채무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한편 채권자에게는 안정감을 준다"며 "시 주석이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공동부유의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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