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늘려" 한은 금통위 '쓴소리'

김나경 2023. 9. 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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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은 금통위 의사록
고금리에도 늘어나는 가계+기업대출
금통위 "정책금융이 큰 영향" 경고
은행 '완화적 대출태도' 또한 지적
"고통스럽지만 부채축소해야"
'인뱅 주담대 인위적 축소 안 돼' 의견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사진=뉴스1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늘려" 한은
[파이낸셜뉴스] "현재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금융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은 개별 대출에 대해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대출을 실행하고 있지만 매크로 레버리지(macro leverage) 관점에서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지난 8월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정책당국과 은행에 '쓴소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정책모기지 확대 기조에 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가 겹치면서 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 8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한 금통위원은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잔액과 신청분 중 미실행액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개월 동안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했다. 관련 부서에서는 "올해 5~6월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로 이어지면서 8~9월에도 상당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라며 특례보금자리론 대출금리, 주택거래량 등 변수가 있다고 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같은 위원은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주택착공 실적이 지난해 이후 크게 감소해 향후 2년 정도 신규주택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확대될 경우 금융안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업대출까지 대폭 증가하는 걸 볼 때 은행이 문턱을 너무 낮춘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다. 한 금통위원은 "개별 금융기관 차원에서의 위험 인식과 매크로 레버리지 관점에서의 위험이 차이나는 점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레버리지 위험 관리를 위해 대출 유형별 '위험가중치 조정'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다른 금통위원은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기업의 이자보상비율 하락에도 기업대출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완화적 대출태도를 보이고 있는 배경 등에 대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는 '팬데믹 이후 정책대응 비교 및 매크로 레버리지 측면의 시사점'과 관련 부서 보고가 있었다.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의 주요국에서 팬데믹 안정화 이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부채는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 부채가 늘어나 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금통위원들도 "민간을 중심으로 한 매크로 레버리지 확대가 소비와 투자를 제약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결국 통화정책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위원은 "과거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 재정이 투입됐던 경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한계를 넘어서는 민간부채는 정부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5대 시중은행 모두 지난달 기업대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여신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6.13/뉴스1
민간부채 축소를 위한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도 지난 회의에 이어 다시 나왔다. 한 위원은 "디레버리징은 고통스럽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며 지속적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면서 "민간부문의 부채 감소와 더불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건 통화정책 운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부채를 축소하고 정부가 최대한 건전하게 재정을 운용해 미래세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위원은 "가계부채는 정책금융 지원 등 공급요인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요인이 중첩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시급하다"고 발언했다.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증가세인 데다, 기업대출이 지난 7월 8조7000억원 늘어난 만큼 기업대출까지 포함한 민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다만 은행들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식의 정책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점검에 나선 것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사를 찾아서 이동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점검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대면 서류심사 한계로 대출 자격이 부족한 신청자에게 대출이 이뤄진 것은 규제 대상일 수 있지만, 특정 금융사에서 대출이 늘어난 건 소비자 선택의 결과라는 논리다. 기업대출 또한 회사채 발행금리와 은행 대출금리간 격차 축소로 기업이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을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며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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