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러 때리면 한인 3600명 '주의보'…'실타래'같은 한러 향배는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2022년2월24일)된 다음달인 2022년3월부터 이달까지 21회에 걸쳐 러시아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신변안전 안내문을 냈다. 주러시아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안내문에서 2022년3월 러시아에 대한 국제제재로 인해 러시아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졌다며 "다중밀집지역 및 집회 장소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대(對) 러시아 제재 동참국이기도 한 우리나라는 대사관을 통해 올해 1월엔 "30km내 접경 및 인근지역에서도 산발적 공격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의 러시아 공격에 따른 위험을 러시아 거주 우리 국민에게 경고했다. 이달엔 우크라이나의 동시다발적 대(對) 러시아 드론 공격을 지목하며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면서 정부의 대 러시아 전략에 초점이 모아진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릴수록 러시아에 있는 우리 국민 안전을 살펴야 하는 얽히고설킨 안보 환경이 이미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상대방을 향해 걸었던 회유와 압박 전술이 보다 고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이하 한국 국적자만 포함·외국 국적동포 제외)은 3600여명 규모로 추정된다.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자료상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는 약 600여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러시아 국적자는 3만6884명이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2022년 한-러 교역 규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여파로 2021년(273억4000만달러) 대비 22.7% 감소한 211억4000만달러를 나타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서방 주도의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양국 간 관계가 소원해지긴 했지만 양국 국민의 왕래나 무역 모두 두절되진 않은 것이다.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간 회담 의제로 러시아 내 우리기업 애로사항 해결 방안이 오른 배경이다. 한국이 군용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대한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8월 한국을 포함한 48개 '비우호국'의 합판, 와인 수입 관세를 인상하는 등 맞대응을 이어오는 와중에도 경제 문제를 양국이 논의했던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이 양국 간 대대적 군사협력으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에 국한된 문제를 넘어선 수준의 위협이 한반도에 찾아올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장비 등을 지원해서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은 러시아에 있는 우리 교민이 위협받을 가능성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S300·S400 등이 북한에 넘어갈 가능성을 예시로 거론했다. 한 전 소장은 "S300에서 S400 정도 수준이 되면 한미 연합 공군 항공 전력이 북한에 들어가는 데 있어 공군 우위를 상실하고 전략적으로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한국과 러시아 간 갈등은 극단적 경색으로 가는 길이었다기보다 '의무 방어전'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산 무기의 러시아 반입 사실이 외신 보도를 통해 이미 기정사실화한 상황임을 지목하며 "사실 우리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북러 관계가 어떤 수준을 넘어서 예를 들어 전략적 협력이 된다면 우리한테는 최악의 경우가 된다"며 "러시아가 북한이 핵심 무기 체계 같은 것들을 개발할 수 있게 부품 같은 것을 공개 전달한다거나 아니면 최신 무기 체계를 북한에 판매한다거나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먼저 발언 수위를 높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었고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결속도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대응하려고 하는 기류가 완연해졌고 진영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전 본부장은 "우리는 러시아, 중국과의 최전선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나라"라며 "한반도가 분단돼 있고 븍핵 앞에 있다는 현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러시아, 중국과 대적하는 관계만으로 끝을 맺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과 함께 억지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공간도 남겨 두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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