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 오늘 우주기지서 회담 전망…무기 거래 등 '민감현안' 논의
우주기지서 회담 전망…美 "악마와 거래" 경고
(서울·워싱턴=뉴스1) 정윤영 김예슬 기자 김현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금일 중으로 북러 정상회담을 실시, 무지 지원 등 민감 현안을 논의한다.
타스통신과 NHK 등 외신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는 13일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무기고가 고갈된 상황에서 양국 정상은 군사기술 협력 확대 등에 합의할 방침이다. 또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파견과 북한에서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지원 가능성 등 포괄적 주제로 회담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김 총비서는 자국 식량난을 해결할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지원받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하산역~북한 나진항간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문제 등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북러 정상회담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배석할 것으로 전해져 김정은 총비서와 러시아 고위급 간부들간 만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오늘 우주기지서 회담 전망...무기·근로자 파견·식량 등 논의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10일 전용 열차에 탑승해 12일 국경을 넘어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서 러시아 측 환영 인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장소로는 보스토니치 우주기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평양에서 철길로 최소 2300㎞ 거리에 있는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위성 등 첨단 기술을 얻으려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과 8월24일 정찰위성 발사에서 두 차례 실패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에서 "거기(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나만의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거기에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시사한 바 있다.
김 총비서가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돌아오는 길에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연해주 아무르강에 위치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는 전투기와 군함 생산시설이 위치해 있다. 이곳의 유리 가가린 공장에서는 민간 항공기뿐 아니라 수호이 전투기 등 군용 항공기가 제조된다. 특히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의 첫 비행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이 도시에는 잠수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도 있다.
우주기지를 방문한 것과 마찬가지로, 포탄과 첨단 기술을 주고받으려 하는 양국의 만남이 이뤄지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과거 2001년과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곳을 시찰한 적이 있다.
NHK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포탄 등 대량의 무기가 필요한 러시아와 군사적 첨단기술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조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서방 측은 회담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러, 김정은 하산역 도착 환영식 영상 공개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측은 김정은 총비서의 방러 환영식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자연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김 총비서가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해 러시아 관리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재하며 "두만강을 건너는 다리. 북한 지도자를 만났다. 김정은이 공식 방문으로 러시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정장 차림의 김정은 총비서가 핵미사일 개발에서 중심 역할을 해온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오수용·박태성 당 비서 등 수행원들과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자연부 장관 등 러시아 측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환영받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지난 방문을 연상하며 러시아 측에 "4년 만의 상봉이다", "감사하다" 등 말을 전했다고 NHK는 전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며 2018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준비를 맡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모습도 영상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반면 김 총비서의 부인인 이설주 여사와 딸 김주애,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동행하지 않았다고 러시아 국영 언론은 전했다.
◇ '유력 회담장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어떤 곳?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의존도를 줄이고 소련 시절의 우주대국 위상을 되찾고자 한 러시아가 건설해 2016년 처음 로켓이 발사된 장소다.
러시아어로 '동쪽'을 뜻하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1000km, 모스크바에서 5000여km 떨어진 극동 아무르주 소도시 스보보드니에 위치해 있다.
스보보드니는 과거에는 자유시로도 불렸는데, 1921년 당시 러시아 붉은 군대의 통수권 접수를 거부한 한인 망명 독립군들이 포위 진압된 '자유시 참변'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보스토치치 기지에서는 러시아 이외의 국가 위성 발사도 이루어졌고, 2017년과 2018년 각각일본 벤처기업이 개발한 초소형 인공위성이 발사됐으며 지난달에는 옛 소련 이후 약 반세기 만의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가 발사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러벨 정상회담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이후 4년 5개월 만인데, 러시아와 북한은 보안을 의식해 회담 장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 김정은-푸틴 회담 임박…美 "악마와 거래" 경고
북러 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는 '악마의 거래가 될 것'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을 내며 비판하고 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러시아로의 모든 무기 이전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할 것이라는 우리의 입장에 대해 매우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은 러시아 정부가 1년반 동안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 전쟁에서 처한 절박한 상태의 징후일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주시할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러시아가 북한과 유엔 대북 제재와 관련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와 관련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에서 "무기 협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이전 공개적 약속을 이행할 것을 거듭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공급은 "우크라이나에서 불필요한 전쟁을 연장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듯 김정은(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북한과 러시아간 무기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준수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덧붙였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기로 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행동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큰 실수"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이유 없는 전쟁과 그들(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할 것이라는 생각을 살펴보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예측할 수 있다. 러시아와 북한 모두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쿤스 의원은 "그(푸틴)는 더 많은 장비와 지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북한은 매우 큰 규모의 포병, 물자 무기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러니 그들은 악마 같은 거래(devil's deal)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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