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가 찾는 그 '건물' [더 머니이스트-김성순의 재밌는 리테일]
매장 '파사드' 중요해져
직사각형 외형 선호, 건물 전면 광고판으로 사용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국내 플래그십 매장 입점을 협의하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요 고객이 아이들 대상인 한 글로벌 브랜드는 건물 입구에 놓여 있는 고작 두세개의 계단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임대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대형 캐릭터를 매장 안에 설치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경우 대형 설치물이 들어갈 수 없는 매장 높이 때문에 아쉽게 발을 돌리기도 합니다.
같은 명동 대로변에 있는 건물임에도 인기의 정도는 다릅니다. 한쪽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데도 관심이 떨어지지만, 다른 쪽 건물은 임대료가 더 비싸고 작은 면적임에도 입점 경쟁이 치열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바로 옆 건물의 3.3㎡(평)당 임대료가 때로는 3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과거 임대료는 주로 주변의 3.3㎡당 시세에 바닥 면적을 곱해 건물주들이 임의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공실이 많아지면 임대료가 떨어지고 공실이 적어지면 임대료가 올라가는 형태로 정해졌습니다.
지금은 건물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하드웨어적 특성을 봅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오프라인 상점의 모습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목적이 '판매'에서 '홍보'로 바뀌면서 임차인들의 임대료 계산법도 변했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얼마나 팔아 그중 얼마를 임대료로 지불하냐의 셈법에서,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스토리와 가치를 이 공간에 얼마나 잘 구현해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입점의 결정 요소가 된 겁니다.
브랜드마다 원하는 건물의 모습은 조금씩 다를 겁니다. 하지만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브랜드 입장에서의 가치가 높은 공간은 공통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건물 외벽입니다. 물건을 파는 매장에서 보여주고 체험을 시켜주는 매장으로 기능이 전환되게 되면서 매장의 '파사드'(건물 외벽)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글로벌 브랜드들에 건물의 스펙을 설명할 때는 매장 내부의 면적, 매장 내부의 높이 등과 함께 매장 전면부의 길이를 같이 표기해 줍니다.
같은 면적을 가졌더라도 가로가 넓은 직사각형 형태의 매장이 인기가 높습니다. 패션 브랜드들 같은 경우는 매장을 1, 2층만 사용하면서 3층이나 4층까지 건물 전면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이 부분을 고려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건물 전체의 전면에 다른 업체의 간판을 달지 않는 조건으로 고액의 임대료를 지불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구매를 목적으로 매장에 들어와서 물건을 집어 보는 사람들이 고객이었다면 지금은 매장을 들어오지 않더라도 겉에서 사진을 찍거나 지나가면서 브랜드에 대해 인지하는 모두가 고객입니다.
여러 나라의 가장 비싸고 가장 핵심 상권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의 경우 실제 매장을 방문해서 구매하는 고객보다 매장 사진을 찍어 기념하는 고객의 숫자가 훨씬 많습니다. 애플은 가장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의 대로변에 초대형 파사드를 보유한 매장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과거 극장이나 은행으로 사용되던 곳에 매장을 내기도 하고, 폭발적인 유동 인구를 가지고 있는 대형 터미널 대합실과 같은 곳에 매장을 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골목 상권 보다 대로변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추세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상권인 명동과 홍대 등도 과거에는 안쪽 골목이 임대료가 높고 대로변은 고객들이 지나치는 상권으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대로변이 안쪽보다 일반적으로 높은 임대료가 책정돼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하나 이상의 업종(패션 브랜드가 커피숍이나 베이커리를 같이 운영하는 등)으로 매장을 구성하면서 테라스나 중정 등 건물 공용부분의 가치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매장으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정원을 만들거나 나무를 심어 매장을 돋보이게 해 고객의 개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공략하는 공간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전시관 형태의 경험형 매장들도 많이 생겨나면서 더 이상 판매를 위한 전용 부분과 건물의 공용 부분은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 추세입니다. '더현대서울'이 5층에 그 큰 공용 면적을 할애해서 정원을 꾸며 놓은 것이 좋은 예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프라인 상점이 기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건물 내 같은 공간도 바라보는 임차인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임차인을 만나는 것이 건물 가치 상승에도 가장 중요한 일이 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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