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드래곤, 셀카 같이 찍어요" 총수 거리감 줄이자 '대기업 호감' 쑥 [biz-플러스]

진동영 기자 2023. 9.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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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조사서 '대기업 호감' 58%
젊은 3세대 총수들, MZ와 소통 확대
"과거 사회악 취급서 이미지 쇄신"
[서울경제]

‘재드래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TV 예능에 출연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청년에게 ‘갓생’을 전한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달라진 젊은 재벌 총수들 덕분에 대기업의 이미지가 확 바뀌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반(反)기업’에서 ‘호감’으로 달라졌다. 이제 대기업을 ‘비호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0년 전 반기업→'호감'으로···대기업 인식이 달라졌어요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대기업에 대한 인식을 ‘호감’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대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3%가 대기업에 대해 호감(매우 호감·다소 호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비호감(다소 비호감·매우 비호감)이라고 답한 8.6%보다 약 7배 높았다.

10년 전인 2013년과 정반대 결과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2013년 10월 실시한 인식 조사에서는 반기업 정서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63%가 ‘높다’고 답했다. 기업가(창업주)에 대한 호감도도 51%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는 정도에 그쳤다.

싸늘했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10년 간 크게 바뀌었다. 이번 전경련 조사에서 10년 전과 비교해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묻자 응답자의 41.0%는 ‘좋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더 나빠졌다고 답한 비율은 9.6%에 그쳤다.

‘재드래곤’에 셀카 요청···거리감 줄인 젊은 총수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파나마법인 직원들의 ‘셀카 요청’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재계에서는 이 같은 인식 변화의 전면에 3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된 그룹 총수들의 역할이 컸다고 해석하고 있다. 권위적이었던 이전 세대 총수들과 달리 젊은 총수들은 국민·임직원들과의 소통 면을 넓혀가며 유연한 기업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양복을 벗고 청바지를 입은 기업 총수들을 보며 국민들의 ‘내적 친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시민들이 ‘재드래곤’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셀카를 요청하는 등 친근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 또한 계열사를 돌며 워킹맘과 격의 없이 소통하거나 지방 마이스터고를 찾아 학생들을 직접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소탈한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의 ‘4세 승계 포기’ 선언은 삼성의 변화를 반신반의하던 시선까지 돌려놓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1년 그룹 총수 최초로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월 전경련에서 주최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로 불린 ‘갓생 한 끼’에 참석해 MZ세대들과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대외 행보를 줄이는 대신 수시로 사업장을 방문하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구자은 LS(006260)그룹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기업 홍보 영상에 카메오로 출연해 젊은 세대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정기선 HD현대(267250) 사장은 유튜브에 출연해 스스로를 “민초(민트초코)파에 MBTI는 ‘용의주도한 전략가(INTJ)’”라고 ‘MZ식 자기소개’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기업 경제 기대감 ‘업’···사회적 책임 확대는 과제
박재욱(가운데 중간 왼쪽부터) 쏘카 대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노홍철 노홍철천재 대표가 5월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갓생 한 끼' 행사에서 MZ세대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

3세대 총수들은 소탈한 이미지 뿐 아니라 과감한 투자와 경영 능력으로 경제 성장의 중추라는 인식을 키웠다.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의 기여도가 가장 큰 분야를 묻는 말에 90.7%는 ‘수출’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 경제 성장(88.0%), 투자(74.7%), 일차리 창출(71.0%), 혁신(71.0%), 국민 소득 증대(62.9%)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24.2%)’ ‘수출 투자 확대(16.0%)’ ‘사회적 책임 강화(16.0%)’ 등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 강화를 요구했다. 전경련은 과거 부정적이던 대기업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뀐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경제 전반에서의 높은 기여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총수들이 MZ세대와 소통을 늘리며 인식을 개선했고 대기업들도 사회적 활동과 각종 사회 활동 참여로 뒤를 받치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기업을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이라며 일종의 사회악처럼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미지가 크게 쇄신되는 모습이다. 대기업이 중추적인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 분야에서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여전히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는 좀 더 노력해야 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수행에 기여한다는 응답은 49.7%, 준법윤리경영 확산에 기여한다는 응답은 36.1%로 각각 나타나 경제적 분야 대비 적은 비율을 보였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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