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상견니'…'너의 시간 속으로', 반쪽의 미덕과 반쪽의 아쉬움[초점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힌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가 베일을 벗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인기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한국 버전으로,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한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남시헌(안효섭)과 친구 정인규(강훈)를 만나고 겪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너의 시간 속으로’가 공개된 이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말이 만들어질 만큼 ‘상견니’가 한국에서도 이례적인 인기를 얻어 원작과 비교는 피할 수 없다. “기대했던 만큼”이라고 만족하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실망스러운 리메이크”라고 볼멘 소리를 내는 시청자들도 많다.
‘너의 시간 속으로’에 대한 불만은 원작에 대한 납작한 해석에서 비롯된다. ‘상견니’ 속 분량을 다소 덜어내는 과정에서 스토리의 감동을 배가하는 포인트는 버리고, 쓸데없는 디테일은 취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
예를 들어 ‘너의 시간 속으로’는 ‘상견니’ 원작 속 황위쉬안(한준희)이 왕취안성(구연준)과 보낸 수많은 생일을 삭제했다. 원작에서 매해 황위쉬안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줬던 왕취안성의 애정과 정성은 자신의 생일 왕취안성을 떠올리는 선물을 받은 후 선물을 전달한 남자를 따라가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생일 챙겨줄 거라고 했잖아. 내 생일 몇 분밖에 안 남았는데 축하 안 해줄 거야?”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후 황위쉬안이 왕취안성의 흔적을 찾는 절절한 여정의 시작에 동력을 제공한다. 반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이 같은 포인트를 과감하게 지웠다.
남시헌을 10대부터 공부를 잘하고 성숙한 소년으로 그린 선택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상견니’ 속에서 장난꾸러기 10대 소년이었던 리쯔웨이는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20년의 시간을 홀로 버티며 진중한 남자가 된다.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던 리쯔웨이가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황위쉬안의 흔적을 따라 명문대학까지 입학해 그를 만나러 가는 등 인내와 노력의 서사가 이러한 설정으로 다소 힘이 빠진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또한 ‘상견니’ 속 왕취안성의 과거는 동성애자 소년으로 그려진다. 왕취안성은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친구에게 고백한 후 “변태”, “계집애 같은 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왕취안성이 견디지 못했던 것은 “역겹다”는 짝사랑 상대의 아픈 말이었다. 결국 왕취안성은 “언젠가는 이 세상이 바뀌기를. 내가 누굴 좋아하든 더는 이상한 일이 아니기를”이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왕취안성의 절절함은 리쯔웨이의 절박함과 만나 ‘상견니’ 속 타임슬립 로맨스를 더 큰 힘으로 끌고 나가지만 '너의 시간 속으로'는 이를 포기했다.
‘상견니’의 가장 핵심 장면이라 꼽히는 빗속 달리기 역시 황위쉬안, 리쯔웨이, 모쥔제(정인규) 3인에서 한준희, 남시헌 2인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이었지만, 사랑만큼 3인의 우정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만큼 원작 팬들에게는 반응이 갈리는 부분이다.
모이고 모여 큰 ‘눈물 버튼’이 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을 번번이 놓친 것은 아쉬움 포인트다. 한국판 ‘상견니’에 기대한 로컬라이징에 실패한 것 역시 패착이다. 남시헌, 정인규가 자전거도 아닌 스쿠터로 통학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시절 교복을 입었던 세대가 거의 대부분 스쿠터와 관련된 아련한 추억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같은 설정은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다. ‘상견니’의 감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시청자들이 원했던 한국판만의 아기자기한 90년대 디테일은 삐삐, S.E.S.와 핑클 정도에 그쳤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에도 미덕은 있다. ‘우리는 반드시 만날 거야. 내가 널 꼭 찾으러 갈테니까’라는 약속과 이어지는 엔딩의 감동은 원작보다 더욱 꽉 닫힌 결말로 두고두고 만족스러울 청춘 로맨스 드라마의 모범답안을 만들어냈다.
안효섭, 전여빈, 강훈의 고군분투 열연도 인상적이다. 구연준과 남시헌, 권민주와 한준희 등 각 인물뿐만 아니라 타임슬립이 만들어내는 시간과 상황 변화 속 인물의 서사를 고스란히 그려내는 두 사람의 열연은 원작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만들어낸다. 특히 정인규를 연기한 강훈의 연기는 발군이다. 어딘가 그늘이 있고,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정인규의 결을 잘 살린 강훈의 소년미는 작품의 청량감을 꼭 닮아 있다.
타임슬립을 가능하게 한 노래를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로 선택하고, 한준희와 남시헌의 절절한 멜로의 테마가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된 것은 곡이 주는 메시지와 만나 더 큰 울림을 전달한다. ‘잊혀지지 않으므로 널 그저 사랑하겠다고, 그대여 난 기다릴 거예요’라는 ‘내 눈물 모아’로 서로를 결국 만나,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을 만들어 내고만 운명적인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와 꼭 닮아 있는 노래와 ‘너의 시간 속으로’의 결합은 탁월한 만남이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러운 여운을,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아쉬움도 남기는 작품이 됐다. 다양한 시청자들의 생각과 감상은 개인의 몫이자 답이기에, ‘너의 시간 속으로’를 향한 최종 평가 역시 개개인의 시청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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