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마침내 첫 승…’조규성 헤더 결승골’ 한국, 사우디에 1-0 신승
[포포투=김환]
클린스만호가 6경기 만에 마침내 첫 승을 신고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3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9월 A매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클린스만호는 6경기 만에 첫 승에 성공했다.
[웨일스전에서 단 한 명 바뀐 선발 명단]
클린스만호의 포메이션은 4-4-2로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이후 사용한 포메이션과 동일했다. 또한 직전 경기였던 웨일스전과 비교했을 때 선발 명단에서 바뀐 자리는 단 하나였다. 웨일스전이 끝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창원 훈련 캠프에 합류한 홍현석(KAA 헨트)을 대신해 황희찬(울버햄튼)이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과 조규성이 투 톱을 구성했다. 좌우 측면에는 황희찬과 이재성이 배치됐고, 중원은 황인범과 박용우가 맡았다. 수비진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그리고 설영우가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지난 웨일스전에서는 아쉬운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았다. 손흥민에게 프리롤을 부여했지만 오히려 손흥민이 수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손흥민의 체력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도 중앙을 거쳐가는 것보다 김민재부터 시작되는 롱 패스로 빌드업을 했다는 점도 아쉬웠다. 중앙에 있던 황인범과 박용우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고, 선수들의 간격도 들쭉날쭉했다. 유효슈팅도 손흥민이 시도한 한 번이 전부였다.
[전반전] 조규성의 선제골…아쉬운 손흥민의 PK 획득 무산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사우디를 압박했다. 전반 4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황인범이 재치 있는 턴으로 상대를 제친 뒤 조규성을 향해 패스를 보냈다. 이를 받은 조규성이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수비에 맞았다. 전반 8분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내준 공을 받은 이기제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빗나갔다. 이렇듯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선제골을 노렸다.
손흥민의 활약이 계속됐다. 손흥민은 전반 11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뒤 박스 바깥쪽에서 왼발로 감았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사우디도 반격했다. 전반 17분 중원에서 나온 실수를 기회로 연결한 사우디는 알 함단의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렸지만 알 함단의 슈팅은 벗어났다. 전반 20분에는 알 도사리의 프리킥이 매서웠지만 김승규가 잡아냈다.
흐름을 탄 사우디가 계속해서 공세를 퍼부었다. 전반 26분 한국의 패스를 끊어낸 사우디는 빠르게 역습을 전개했고, 알 도사리가 김승규와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김승규가 선방하며 한국을 구했다. 한국은 패스 플레이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았고, 결국 선제골을 터트리며 흐름을 가져왔다.
조규성의 헤더였다. 전반 32분 이재성의 패스를 손흥민이 흘렸고, 이를 받은 황인범이 전방을 향해 패스를 보냈다. 사우디 수비에 걸려서 높게 떴지만, 위치를 선점한 조규성이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 쉽게 승리해 헤더로 방향을 돌려놓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약 9개월 만에 터진 조규성의 A매치 득점이었다.
기세를 잡은 한국이 계속해서 두드렸다. 전반 36분 손흥민이 패스를 받은 뒤 공을 몰고 전진하는 과정에서 수비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VAR)도 없던 탓에 페널티킥 진위여부를 판독할 수도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한국은 전반 41분 황희찬의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이재성의 슈팅 역시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전반전은 한국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후반전] 한국은 지쳤다…간신히 챙긴 승리
리드를 허용한 사우디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카드를 사용해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후반전 포문을 연 쪽은 한국이었다. 후반 3분 김민재의 정확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침투하는 이재성을 향해 패스를 보냈고, 이재성이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후반 10분에는 황희찬이 돌파 이후 슈팅을 때렸지만 또다시 골키퍼의 선방을 넘지 못했다.
한국이 계속해서 몰아쳤다. 후반 18분 황인범이 연결한 코너킥이 박용우에게 향했지만, 박용우의 헤더는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이후 한국은 후반 22분 조규성과 황희찬을 황의조, 문선민으로 교체하며 변화를 줬다. 후반 31분에는 이재성을 강상우와 바꿨다.
한국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한국은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37분 황의조가 패스를 받은 뒤 반대편을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보냈고, 이를 교체로 들어온 문선민이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득점이 되지는 않았다. 사우디는 한국의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 역습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한국은 수비에 집중하며 잘 버텨냈다. 결국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드디어 첫 승 올린 클린스만호]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이 3월에 부임한 이후 5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콜롬비아전에서 2-2로 비긴 데 이어 우루과이, 페루, 엘살바도르, 그리고 유럽 원정에서 웨일스를 상대로도 승리하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이 부임한 이후 5경기 동안 승리가 없던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 최초였다. 사우디전 승리가 필요했던 이유다.
마침내 6경기 만에 승리했다. 하지만 통쾌한 승리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냉정하게 보면 사우디는 상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전력에서 한국에 밀리는 팀이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웨일스전과는 달리 상대의 압박이 느슨했고, 그 덕에 한국은 중원을 통해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결승골은 매끈했다고 하기 힘들었고, 오히려 운이 따른 득점에 가까웠다.
여전히 경기력을 잡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부터 자신은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1-0 승리보다 4-3 승리를 좋아한다는 농담 비슷한 말을 더하면서 본인의 스타일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이후 치른 5경기에서 클린스만호의 득점은 4득점에 그쳤다. 첫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에서 두 골을 터트렸지만, 이후 우루과이(1-2 패)와 엘살바도르(1-1 무)를 상대로 득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득점 수를 떠나 클린스만 감독이 말한 공격적인 축구, 즉 자신의 색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현재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스타일은 ‘무색무취’로 표현된다. 말 그대로 특징이 없다. 그동안 치른 경기를 보면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을 데리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축구를 선보이고 싶어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런 점들은 전임자인 파울루 벤투 감독과 비교돼 더욱 두드려졌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확실한 컨셉을 갖고 경기를 준비했고, 결과와는 별개로 경기장 위에서 이런 부분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무승이나 경기 외적인 논란들을 떠나 부임 이후 다섯 경기나 치렀지만 경기 내적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섯 번째 경기였던 사우디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향후 일정]
6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린 클린스만호는 이제 10월에 다시 소집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2일 “오는 10월 17일 열리는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상대를 베트남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10월 A매치 기간 대표팀의 친선경기는 13일 튀니지, 17일 베트남과 치르게 된다”라고 전했다. 튀니지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베트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고, 두 경기 모두 킥오프 시간은 8시다.
튀니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로, 한국(FIFA 랭킹 28위)과 3계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월드컵에서는 토너먼트에 진출한 경험이 없다. 가장 최근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프랑스, 호주, 덴마크와 같은 조에 묶였던 튀니지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D조 3위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베트남의 FIFA 랭킹은 95위다. 당장 랭킹을 떠나 선수단 구성이나 아시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봐도 한국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내년 1월에 있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시아 팀, 그리고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과의 경기를 원했다. 베트남이 적합한 상대로 낙점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치른 6경기를 확인하면 아시안컵 우승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일단 첫 승을 거둔 만큼 많은 이들이 10월에는 더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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